[이성필기자] '애늙은이' 권창훈(수원 삼성)은 지난해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국가대표까지 포함해 총 49경기에 나섰다.
올해는 이제 4월 초순이 지났는데 벌써 13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 12월 초 시즌이 끝난 뒤 얼마 쉬지 못하고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1월 카타르 도하에서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을 치렀다. 2월 수원의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 합류해 3주가 조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됐다.
이후 4월 초까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거의 휴식일을 가져볼 틈이 없었다. 교체 인원 과다로 정식 국제경기로 인정받지 못한 올림픽대표팀의 알제리 2연전까지 포함하면 이미 권창훈은 15경기를 치른 셈이다.
출전 시간만 놓고 본다면 체력 저하가 걱정될 법하다. 1월 챔피언십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이라크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풀타임으로 뛰었다. 챔피언스리그는 조별리그 3경기에 풀타임이었다. 리그도 이날 제주전이 처음으로 후반 교체 출전이었다. 알제리와의 평가전에서도 1경기는 풀타임, 1경기는 45분을 소화했다.
권창훈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수원 팬들은 흐뭇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창훈이 공격 2선에서 염기훈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연일 골 폭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관계자도 "겨우내 권창훈의 이적설로 시끄러웠고 챔피언십 출전 등으로 개인의 피로감이 상당했을텐데 별다른 내색 없이 팀 훈련에 열중하는 것을 보니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애늙은이'라는 별병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1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4라운드에서 권창훈은 선발 제외됐다가 후반 7분 오장은을 대신해 투입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백지훈과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 사이에 서서 공수의 완급을 조절하며 골을 노렸다.
권창훈은 0-0으로 맞서던 후반 28분 조동건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왼발로 골망을 갈라 선제골을 넣었다. 1-2로 역전을 당한 후인 43분에는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낮게 가로지르기 한 것을 헤딩해 동점골을 넣으며 수원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볼의 움직임을 잘 쫓아간, 권창훈의 집념이 돋보이는 골이었다. 특히 2-2를 만드는 두 번째 골은 염기훈의 볼 궤적을 놓치지 않고 쫓아가 헤딩해 제주 골망을 갈랐다. 날이 갈수록 위치 선정 능력이 더 돋보이는 권창훈이다.
수원이 올 시즌 넣은 총 8골 중 4골을 권창훈이 기록했다. 산토스 2골, 조동건 1골, 장현수 1골이다. 조동건을 제외하면 모두 공격 2선이다. 권창훈이 팀 득점의 50%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기록이다.
권창훈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특별히 (서정원 감독이) 주문을 하는 것도 없다. 지난해부터 잘 만든 플레이를 전체적으로 같이 하니 기회가 많이 생겼다. 내가 잘 해서 넣은 것이 아니라 팀이 패스를 잘 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절대로 높이지 않은 권창훈은 "나 혼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함께 하고 있다. 나 혼자서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권창훈의 팀내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대표팀 차출까지 고려하면 더 그렇다. 서정원 감독은 "권창훈이 계속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는 기량이 상승하다 주춤하게 마련인데 권창훈은 흔들림이 없다. 계속 성장하고 있고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경기 운영도 잘 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리한 출전 시간 배분과 부상만 조심하면 소속팀에서, 국가대표팀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 가능한 권창훈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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