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번 오키나와 캠프는 삼성 간판타자 이승엽이 프로선수로서 치른 22번째 캠프였다. 1995년 아무것도 몰라 허둥지둥 했던 루키가 지금은 만 40세 베테랑 신분으로 여유있게 캠프를 소화했다.
특히 이승엽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치른 7차례 연습경기에서 20타수 11안타, 3홈런, 2루타 5개, 13타점의 놀라운 성적을 냈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이제 선수로서의 이승엽에게 남은 전훈캠프는 내년 한번 뿐인가.
"(웃음) 그렇다. 사실 조금 전 훈련을 마치고 박수를 치는데 '아, 이젠 내년에 한번 더 오면 다시 못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1년 전 프로 첫 캠프가 기억나는가.
"정신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계속 꾸중만 듣고 선배들 빨래 해주다 한두 개씩 분실해서 혼도 나고.(웃음) 그 시절엔 그랬다. 매사 허둥지둥했던 시절이다."
-그때와 지금, 캠프를 치르는 이승엽의 달라진 점은.
"지금은 여유가 있다. 21년 전에는 선배들이 시키는 걸 따라 하느라 정신 없었다. 지금은 경륜이 쌓였다고 할까. 알아서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다."
-그 시절에 21년 후까지 선수로 뛰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전혀 못 했다. 큰 부상 없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뛰게 된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아쉽다. 선수로서 캠프를 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번 캠프 연습경기에서 성적이 상당히 좋았는데.
"연륜이 생겨 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 두번째 휴식일 이후부터 코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훈련량을 약간 줄였다. 야구장에 나갈 때 지나치게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관리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생겨서 경기에서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
-올해 삼성 라이온즈의 하락세를 점치는 외부 시선이 있는데.
"어떤 뉴스를 보니까 올해 우승 후보에 우리 팀 이름은 전혀 없었다. 우승 후보로 다른 두 팀이 많이 거론되는 것 같다. 그런데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시간이 지난 뒤에 누가 몇 위에 있을 지를 지금은 알 수 없다.
- 함께 캠프를 치른 젊은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후회를 남기지 말라'.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좋아하는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될 때 후회가 밀려오게 된다. '그 때 더 열심히 할 걸' 하고 말이다. 나 역시 지금도 최선을 다하지 못 했던, 후회되는 시절이 있다. 노력이 클수록 후회가 줄어든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올해 이승엽이 생각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목표는.
"우리는 늘 그랬다. 4강 혹은 5강을 목표로 뛰는 팀이 아니다. 선수로서, 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해, 우승을 위해 뛰겠다."
-우리나라에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던 선수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올해 홈런 목표는 몇 개인가.
"(웃음) 많이 치고 싶다. 중심타자 2명이 전력에서 제외됐다. 내가 힘을 내야 한다. 감독님도 원하시는 부분이다. 내가 고참으로서 활력소가 돼야 한다. 작년 보다 많이 치고 싶다. 책임감 있게, 힘을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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