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난 놈' 신태용(4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2016 아시아축구연맹(U-23) 챔피언십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 분명 큰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운 마무리를 통해 스스로 더 나갈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운장'으로 불렸던 그에게 운이 늘 따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확인됐다.
신태용 감독은 화통함이 장점인 지도자다. 성격대로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확실하다. 경기 중 승부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는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적으로 승부를 건다.
전술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4-1-4-1과 4-4-2 등 한국 축구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전술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는 4-2-3-1, 3-4-3 등 수비에 무게를 둔 전형을 앞세워 수비적인 축구도 시도했다. 짧은 대표 소집 기간에도 선수들은 물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신 감독의 스타일을 빨리 빨아들였다.
신 감독은 당당했다. 상대 감독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요르단과의 8강을 앞두고는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를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선제 공격을 했다. 이 때문에 카타르와의 4강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는 중동 취재진으로부터 거센 항의와 사과를 요구받았지만 끝까지 자신 있게 버텼다. 한국이 카타르를 3-1로 꺾으면서 신 감독에 대한 사과 요구는 쏙 들어갔다.
리우 올림픽 티켓을 얻으며 1차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최종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0으로 앞서가다 수비가 흔들리는데도 기민한 선수 운용술을 펼치지 못하며 2-3으로 역전패, 우승을 놓친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이미 중앙수비수 연제민(수원 삼성)이 전반 상대와의 충돌로 안면이 부어올라 공중볼 처리 등에서 문제가 있었고 정승현(울산 현대)으로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도 스스로 시인했다.
한일전에서의 최대 미덕은 냉정함인데 열정적인 신 감독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려 독이 된 것이다. 챔피언십보다 더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절제의 미가 필요해 보이는 신 감독이다. 동시에 수비 강화가 필요한 순간에는 한 번 정도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잠그기로 실리 축구로 전환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특유의 전술을 잠시 내려놓는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카타르전에서 이를 증명한 바 있다.
모든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과의 대결을 통해 더 성장하게 마련이다. 일본은 경쟁력을 높여주는 좋은 자극제다. 신 감독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번 대회 그들 특유의 패싱 축구를 버리고 역습 중심의 지키는 축구로 나서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체력 등에서도 한국에 맞서 버틸 힘을 보여줬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일본은 과거 한국 스타일의 축구도 묻어나 보였다. 일본전에서도 승리했다면 한국올림픽대표팀과 신 감독이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쓴 보약을 먹은 셈이다. 오답 노트를 빨리 적고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신 감독이 처음부터 올림픽 대표팀을 꾸리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광종 전 감독의 팀을 이어받지 않았는가, 이만큼 끌고 온 것도 대단하다"라며 남은 기간, 챔피언십에서 확인한 문제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올림픽에서 사고를 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순조롭게 나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게 된 신 감독과 올림픽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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