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8강전에서 축구종주국 영국을 만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호쾌한 골이 터지는 등 대등한 싸움을 벌이며 승리했다. 라이벌 일본과의 3-4위전에서도 승리해 값진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에는 A대표팀에도 어느 정도 이름을 걸치던 선수들이 꽤 있어 동메달 수확이 가능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팀의 중심이었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비주전의 설움을 영국전에서 완벽하게 풀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신태용호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고민이 깊어진다. 권창훈, 연제민(이상 수원 삼성)이나 박용우(FC서울) 정도를 제외하면 완벽한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유럽파 황희찬(잘츠부르크)은 2부리그 FC리퍼링에서 임대 생활을 한 뒤 지난해 12월에서야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소속팀 잘츠부르크로 복귀, 2경기만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나름대로 경기를 뛰었다고는 하지만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류승우(레버쿠젠)는 2부리그 팀으로의 임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예상되는 선수들의 실전 감각 축적은 신태용호의 최대 고민이다. 신 감독이 직접 나서서 소속팀 사령탑들에 출전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을 해 살아남는 것은 온전히 선수들의 몫이 됐다.
신 감독은 대표팀 구성 후 발탁 요건에서 우선순위로 실전 감각 유지를 꼽았다. 대표 선발 시점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최상의 조직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출전 규정에서 U-23 선수들을 의무 출전시키도록 했지만, 혜택을 본 이들은 많지 않다.
소속팀의 사정이 개인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A대표팀의 경우 상위권 팀 선수들이 주로 선발되거나 중위권 팀에서 골잡이 역할을 하는 등 개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경우에만 대표로 부름을 받았다.
신태용호도 비슷하다. 주전 골키퍼 김동준(성남FC)은 올해 프로에 데뷔하는 신인이다. 김학범 감독과는 2월 성남의 미국 전지훈련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대학과 프로 무대는 엄연히 다르다. 경쟁했던 이창근(부산 아이파크)은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게 된다. 물론 이적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필드 플레이어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은 새 구단에서 주전 경쟁을 해야 하고 김승준, 정승현(이상 울산 현대)은 2년차 징크스를 깨고 더 높이 날아올라야 한다. 오른쪽 수비수 이슬찬(전남 드래곤즈)은 팀 주장 최효진과 경쟁한다.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제각각이니 올림픽 대표팀은 전체적인 전력의 균형 유지가 어렵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각자 소속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리우 올림픽까지 남은 6개월, 실전 감각이 오른 상태로 리우에 가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살벌한 생존 경쟁을 이겨내고 대표팀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신태용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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