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SK 와이번스 정의윤(외야수)은 지난 시즌 '제2의 박병호'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우타 거포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LG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LG를 떠나 새로 둥지를 튼 SK에서 비로소 우타 거포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2011시즌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뒤 대포를 펑펑 쏘아올리며 최고의 홈런타자가 됐고 이제는 메이저리거가 된 박병호(미네소타)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비룡처럼 승천한 2015시즌
정의윤은 지난해 7월 24일 팀을 옮겼다. LG는 정의윤 함께 신재웅, 신동훈(이상 투수)을 SK로 보내고 대신 임훈(외야수), 진해수, 여건욱(이상 투수)을 데려왔다.
3대3 트레이드가 발표되고 양 팀의 득실과 전망에 대한 기사와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트레이드 초반에는 투타의 즉시전력감인 진해수와 임훈을 영입한 LG가 더 이득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정의윤은 SK로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보였다. 지난 2005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두자릿수 홈런과 3할 타율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비룡' 유니폼을 입고서는 달랐다.
그는 SK 이적 후 뛴 59경기에서 두 가지를 모두 이뤘다. 타율 3할4푼2리(193타수 66안타) 14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정의윤의 가세로 SK는 타선에서도 힘을 얻어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SK가 5위로 '가을야구'행 막차 티켓을 손에 넣는데 정의윤이 보탬이 된 것이다.
◆부담은 덜어냈다, 실력 증명만 남아
정의윤은 박병호처럼 LG에서 공을 많이 들인 유망주였다. 우타 거포에 갈증을 느낀 LG는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으나 정의윤은 이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 2011년 박병호의 경우처럼 LG는 어쩌면 정의윤에게도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 됐다.
정의윤은 SK로 오기 전까지 2015시즌 LG에서 32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8리(66타수 17안타)에 그쳤다. 주전은 아니었고 주로 대타로 기용됐다.
SK에서는 달랐다. 출전 기회가 보장되자 정의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타석에서 씩씩하게 배트를 돌렸다.
부담을 덜어낸 부분도 정의윤의 방망이에 힘이 실린 요인 중 하나다. LG 시절 그는 '잘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견뎌야 했다. 구단 안팎의 시선과 팬들의 기대도 부담이 됐다.
정의윤의 이적 후 활약을 본 LG 구단과 팬들의 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프로스프츠의 속성이다. 반대로 임훈, 진해수, 여건욱 등 SK에서 LG로 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정의윤을 보낸 아쉬운 마음은 잊혀질 수 있다.
정의윤에게 올 시즌은 중요하다. 이적 후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냈으니 SK의 기대감도 커졌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확인시켰기 때문에 팀의 4번타자 후보로 올라섰다.
그는 오프시즌 동안 몸무게를 줄였다. 중대한 변화의 시기가 왔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다. 정의윤은 "144경기를 뛰어야 한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체중감량은 중요하다"고 했다.
SK에는 최정과 김강민이라는 타격 파워를 갖춘 우타자가 있다. 그런데 둘은 지난 시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부상 등의 이유로 최정이 17홈런, 김강민은 4홈런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최정과 김강민이 제 페이스를 찾고 정의윤이 풀타임으로 뛰며 20홈런 이상을 쳐준다면 SK는 상당히 파괴력 있는 우타라인을 꾸릴 수 있다. 정의윤의 활약 여부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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