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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국민 여동생'에 작별을 고하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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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를 믿기 시작했다…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

[정병근기자] 대표 수식어를 꼽으라면 아직도 '국민 여동생'이다. 애정의 표현이라지만 몇 주만 더 지나면 문근영의 나이도 어느새 서른이다. 한땐 답답하기도 했다. 이젠 다 내려놓았다. 내려놓는다는 게 뭔가를 덜어내는 게 아니라 인정하는 거란 것도 알았다. 이제 곧 서른이 되는 여배우 문근영은 뭔가 다르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을 끝낸 문근영의 말과 눈빛엔 확신 같은 게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강한 자신감이었다. 드라마나 연기에 쏟아지는 호평에 비해 시청률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문근영은 자신의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을 끝낸 지금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은 더 커졌다.

문근영은 "작품 선택이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큰 고민 없이 '마을'을 택했다. 매번 어려웠던 작품 선택이 쉬워진 건 마음가짐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겸손하고 싶었고 자만이 싫었던 문근영은 문근영이란 배우를 인정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의심했다. 그렇다 보니 아침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다. 그런데 이젠 남들이 자만이라 할 지라도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다. 배우의 그런 확신과 믿음이 대중에겐 '신뢰'가 된다.

'마을'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시청률은 좀 부진했지만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웰메이드라는 평가가 있어서 기분 좋았다. 현장 분위기 정말 좋았다. 지금까지 제가 겪었던 모든 현장을 통틀어서 그렇게 좋은 현장은 처음 만나 봤다. 그 현장을 이제 못 간다는 게 너무 아쉽다.

감독님이 짧은 시일 안에 이런 드라마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이런 시도들이 많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케이블에서만 이런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건 깨져야 한다. 그리고 시청률 이상의 체감 시청률은 좋았던 것 같다.

'마을'은 멜로 없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치열한 감정들로 채워졌다. 문근영은 어떤 신에서 감정이 가장 힘들었나.

마지막회인 16회의 모든 신이 격했다. 지숙(신은경)을 만나서 '우리 언니는 괴물이 아니다'라고 토해내는 신, 유나(안서현)를 만나서 '엄마 밉죠?' 물었을 때 '마음이 아픈 거'라고 하는 대사 등 모든 신에서 제 감정이 다 100이었다. 제가 연기한 소윤은 관찰하고 조사하는 캐릭터고 15회까지는 감정을 토해내는 부분이 없었다. 다른 인물들의 감정을 파헤쳐야만 했다. 저의 모든 감정들은 16회에 다 모여있었고 이 때 다 터트렸다.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임팩트 없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제 캐릭터가 15부까지 가는 동안에 누군가를 만나고 말하려고 하지 않는 진실을 얘기하게끔 하고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는 일일 수도 있는 걸 파헤친다. 그들의 스토리가 있어야 드라마가 흘러가는데 제 감정을 실어버리고 날 보여주면, 내가 강하면 그게 무너진다. 마지막회에선 모든 걸 알게 됐고 진실이 다 밝혀졌으니까 그 뒷감정만 남은 거다. 그건 소윤이가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이었다. 감정의 폭이 내가 느끼기에도 컸고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이 한 부를 위해 달려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퍼즐이 맞춰진 16부의 결말은 괜찮았나.

마지막 16회 걱정을 많이 했다. 대본이 계속 여유있게 잘 나왔는데 마지막회 대본은 평소 속도보다는 늦게 나왔다. 작가님도 고민이 많겠구나 싶더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달려온 게 다 바보짓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전 만족스럽다. 믿고 시작한 건데 그 믿음을 끝까지 지켜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품 선택이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그 전엔 너무 어려웠으니까. 마음가짐이 바뀌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지향점이 뚜렷해졌다. 딱 그 시기에 '마을'을 만나니까 선택이 너무 쉽더라. 작품이 마음에 들면 하겠다고 하면 되는 건데 이전까지는 왜 그렇게 어려웠지 싶더라. 내가 있어야 배우로서의 삶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안정되고 목표가 생기니까 배우로서도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하게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진 건가.

확실히 다른 건 20대 때는 아침이 오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게 무서웠다. 지금은 하루 하루 아침이 오고 내일을 꿈꿀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게 엄청난 변화고 거기서 오는 힘이 크다. 뭔가 내려놓는다는 게 나에게서 뭔가를 덜어내야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정하는 게 내려놓는 거란 생각이 들더라. 내 거는 내 거라고, 아닌 건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이 되는 게 내려놓는 것 같다. 전 겸손하고 싶었고 자만이 싫어서인지 나라는 배우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을 주셔도 제가 잘해서 주는 게 아니라고 자꾸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그치고 그랬다. 이젠 다른 사람이 '너 자만한 거 아니야?' 그럴지라도 '내가 썩 잘한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내가 기특하다.

이제 여동생보다 여자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사람들이 이제 제가 나이 들고 있음을 인지하시는 것 같다. 굳이 이미지 탈피니 뭐니 거창하게는 아니지만 꾸준히 나이 먹고 있었고 이제서야 많은 분들이 그렇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전환점이 딱히 뭐가 있진 않았다. 한동안은 답답하기도 했다. 나중엔 포기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어리게 보는 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기다려야겠다 싶더라. 어차피 나이는 먹을 거고 언젠가 여성스러운 부분도 알아주시겠지 싶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그 기다림의 보답이 오는 것 같다. 또 저 이후에 많은 국민 여동생이 생기지 않았나.(웃음) 이제 다 지난 일이다.

어떤 작품과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나.

작품을 선택할 때의 마음 상태와 작품이 주는 매력, 캐릭터건 장르적 취향이나 줄거리, 메시지 등등 어떤 한 곳에 매력이 느껴진다면 좋겠다. 하고 싶은 작품, 이야기, 감독님 등을 마음속에 품고는 있지만 바라는대로 이뤄지진 않고 그게 어렵다는 걸 안다. 바람은 마음 한 쪽에 간직한 채 전 또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욕심도 내보고 캐릭터를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작품을 묻는다면, 좀 진득하고 사람 냄새 나는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 같은 서사가 강한 이야기, 그리고 '서울의 달'이나 '젊은이의 양지'처럼 진득하고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잘 하면 되는 것 같다. 예전에도 늘 나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주인공만 하기는 싫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어리기도 했고 내 주장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지도 못했다. 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렇게 밀어붙일 자신감도 없었다. 이젠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서른이고, 달려갈 게 많고, 뿜어낼 건 더 많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많은 감독님 제작사 작가 분들께 나는 준비돼 있다고, 뭐든 불러 달라고, 뭐든 들이대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웃음) 신인 감독님이건 저예산 영화건 제가 잘 하고 싶거나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이젠 두려움 없이 거침 없이 선택하고 달려 들어볼 작정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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