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우리는 오늘 제로톱인데…"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그룹A(1~6위) 34라운드 전북 현대전에 미드필더 김승대를 최전방으로 올렸다.
정통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제로톱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기 명단에 넣었던 원톱 요원 박성호나 라자르는 후반에 교체로 활용할 심산이었다.
황 감독에게 최전방 공격수 자원은 언제나 목마름이었다. 올 시즌 외국인 공격수 영입으로 기대를 걸어보는 듯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황 감독은 고심 끝에 전북전을 제로톱으로 극복하려고 했다.
경기 전 황 감독은 "전북이 거세게 압박을 할텐데 우리는 패스로 해결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전방에서 마무리만 잘 해주는 자원이 있으면 강하게 압박하는 등 나름대로 비책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은 전북도 비슷했다. 전북에는 이동국이라는 걸출한 최전방 공겨수가 있지만 문제는 그와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공격 파트너의 부재다. 측면이나 처진 공격수로 누군가가 도와줘야 하는데 여름 이적 시장 마감 직전에 영입된 이근호는 여전히 컨디션이 확실하게 오르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근호가 훈련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일단 이근호에 기대를 걸었다.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도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 감독의 고민은 맞대결을 통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김승대는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했지만 골키퍼에 막혔고 박성호도 후반 41분에서야 투입이 됐지만 뭔가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황 감독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가 필요했다.
전북도 이근호가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동국의 절묘한 발리 슈팅이 골에 가장 근접한 장면이었는데,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다. 이날 경기에서는 특히 양 팀 골키퍼의 선방이 돋보였다.
0-0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종료 직전 포항이 빠른 역습을 골로 연결시키며 전북을 극적으로 눌렀다. 제로톱의 선봉이었던 김승대의 재치가 돋보였다. 전북이 마지막 공격을 위해 대부분 선수들이 포항 진영으로 몰려가 있는 가운데 중원에서 볼을 잡자마자 빠르게 돌파해 들어가며 역습을 했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가운데 문전으로 쇄도해온 신진호에게 패스했고, 신진호가 여유있게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남은 경기에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승으로 향하는 길이 험난해질 수 있다. 어렵게 이긴 포항도 원톱 갈증을 풀어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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