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모두가 경쟁보다는 '원팀'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생존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플랜B가 작동되면서 더욱 치열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저녁 자메이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4연승을 달려 부담이 크게 준 상황에서 강호 자메이카를 상대로 말 그대로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서 뛰지 못했던 이들 중심으로 선발진을 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12일 대표팀 훈련 전 "선발 11명에 교체 6명을 더해 17명이 출전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 선발 명단도 달라질 것이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물론 자메이카전에 나설 멤버가 소위 비주전을 뜻하는 'B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예선과 비교해 면면이 달라졌다고 그들이 B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B팀은 없다. 누가 선발로 나가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다"라며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역설했다.
그래도 확인해야 할 부분은 있다.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 포지션에서의 선수 활약도다. 대표적으로는 원톱과 오른쪽 풀백이다.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원톱은 부상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이정협(상주 상무)이 현재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석현준(비토리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의조(성남FC)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원톱 유형인 많이 뛰면서 공간을 만들어 2선 공격수와 연계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지만, 확실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석현준은 탄력있는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중동 원정 두 경기에서 골이 없었다는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지동원은 짧은 시간을 소화한 가운데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고, 황의조도 마찬가지다. 이정협이 부상에서 100% 회복하면 11월 2차 예선에는 누군가 TV나 관중석에서 A매치를 봐야 한다.
오른쪽 풀백도 마찬가지다. 중앙 수비와 미드필더로 뛰어온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적절하게 활용했지만, 전문 풀백이 아니라 공격 전개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조용히 돌아와 얼마나 실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졌다.
김창수는 소리 없이 꾸준하게 활약을 하고 있지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임창우(울산 현대)가 발탁되지 않아 선발됐다고는 하지만 장현수의 변칙 활용으로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분발을 해야 하는 이유다.
수비라인은 자메이카를 상대로 안정성 여부를 재점검해야 한다. 자메이카는 지난 3월 뉴질랜드전 이후 대표팀이 처음 만나는 비아시아 대륙 팀이다.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확실한 방어력으로 17경기 중 14경기 무실점이라는 슈틸리케호의 놀라운 기록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메이카전을 포함해 올해 남은 3차례 A매치를 모두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우리의 축구 철학을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며 멤버가 달라져도 전술 등은 변함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겉으로는 승리 의지지만 속에는 선수들 스스로 능력을 뽑아내 경쟁력을 보여달라는 무서운 의미가 담긴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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