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결국 민병헌(28)이 살아야 한다.
2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선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 후반부터 새롭게 중심타선을 짰다. 4번 김현수, 5번 양의지, 그리고 이들에 앞선 3번에 민병헌을 배치했다. '3번같은 1번타자'를 중심타선의 첨병으로 내세운 것이다.
'3번타자 민병헌'은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리드오프히터'로 타율 3할3푼 OPS 0.878를 기록한 반면 '클린업 히터(4번타자)' 앞 타순에선 타율 2할6푼6리(184타수 49안타) 3홈런 27타점에 그쳤다. 무엇보다 장타율(0.348)의 하락이 두드려진다.
시즌 후반 급격한 슬럼프가 발목을 잡았다. 원래 초반 급상승세를 탄 뒤 후반 들어 서서히 페이스가 처지는 감이 있었지만 올해는 낙폭이 큰 편이다. 8월 23경기서 타율 3할6푼8리 3홈런 18타점을 기록한 뒤 9월 이후 25경기서 타율이 1할9푼에 처졌다.
시즌이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타격 페이스가 하락하는 시기가 일치한다. 129경기에 나선 시즌 성적은 타율 3할3리 12홈런 75타점 OPS 0.799다. 124경기에 철전한 지난해 기록(0.345 OPS 0.895)와 적잖은 차이가 났다.
그러나 2년만에 다시 나서는 '가을 무대'에선 '민병헌'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구단은 기대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민병헌 특유의 기마자세는 체력 소모가 큰 타격폼이다. 후반기 들어 주춤한 원인 중 하나"라면서도 "후반기 모습이 걱정은 됐지만 큰 경기에선 제 모습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 잘 할 거다"며 변치 않은 믿음을 나타났다.
민병헌의 반등을 예감케 하는 모습이 지난 4일 시즌 최종전에서 나타났다. 당시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그는 3타수 1안타에 볼넷을 2개나 얻으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공을 침착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건 타석에서 안정감을 찾았다는 얘기이다. 포스트시즌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하나의 조짐으로 두산 측은 보고 있다.
민병헌 뒤의 김현수와 양의지의 상태는 무척 좋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갖춘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두산이 가장 믿는 타자들이다. 결국 이들 앞의 민병헌이 얼마만큼 살아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 셈이다. '두산의 신 중심타선'은 과연 '일'을 낼 수 있을까. 87년생 동갑내기 클린업 트리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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