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저도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르죠."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자신의 통산 홈런 숫자를 두고 한 말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249개의 홈런을 치고 유니폼을 벗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KIA의 주장으로 뛰고 있는 이범호는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김민우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개인 통산 248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으로 이범호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26개)도 세웠다.
사령탑과 선수가 통산 홈런 순위에서 하나 차이 앞뒤로 이름을 올린 재밌는 상황이 펼쳐졌다. 김 감독이 249개로 역대 13위, 이범호가 248개로 14위다. 이제 이범호는 홈런 2개만 추가하면 김 감독을 제치고 KBO리그 13번째 250홈런을 달성하게 된다.
김 감독도 현역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거포'였다. 쌍방울에서 뛰며 1992년에는 31홈런으로 좌타자 최초 30홈런을 돌파했고, 1994년에는 25홈런을 터뜨리며 좌타자 최초 홈런왕에 등극했다.
그런 김 감독이 이범호에게 추격(?)을 당한 것이다. 이범호에게 따라잡히는 것보다 250홈런을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지는 않을까. 김 감독은 자신의 홈런 기록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어떻게든 했다면 (홈런) 하나를 더 칠 수도 있었지만 기록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며 기록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후배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록은 물론 후회없는 선수 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어떤 기록이든 한두 개가 부족해 달성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 얼마나 아쉽겠는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나라도 더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 타석, 매 경기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감독은 "나도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만약에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져 입성 기준이 홈런 250개라고 한다면 나는 하나 차이로 못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그 땐 반올림이라도 해서 넣어달라고 해야겠다"고 특유의 농담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기록에 바짝 따라붙은 이범호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한 김 감독이다. 이범호의 올 시즌 활약에 김 감독은 "아프지 않고 잘 해주고 있다. 타율도 괜찮고, 중요할 때 한 방도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록이 가치있는 이유는 그 기록을 쌓아올리는 과정에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범호가 도전 중인 250홈런을 포함, 십여년에 걸친 각종 기록은 그만큼 꾸준한 활약이 없다면 달성할 수 없다.
김 감독은 평소에도 후배 선수들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말한다. 이범호에게 조만간 추월 당할 김 감독의 통산 249홈런에 담겨 있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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