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졌다고?"…추신수, 초보 감독에 폭발

[김형태기자]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이 팀 베테랑 추신수(33)와 설전을 벌인뒤 황급히 봉합을 시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전날인 11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서 텍사스는 4-5로 역전패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추신수의 수비 하나가 배니스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텍사스가 4-2로 앞선 8회말 1사 주자 1루에서 상대 타자 벤 조브리스트는 우전안타를 쳤다. 1루 주자가 2루를 돌아 3루로 쇄도하자 공을 잡은 우익수 추신수는 2루 컷오프맨을 지나쳐 3루수에게 직접 송구했다.

그러나 주자는 3루에서 세이프 됐고, 타자주자 조브리스트마저 이 틈을 타 1루를 지나 2루로 뛰어들었다. 추신수의 공을 받은 3루수 조이 갈로가 황급히 2루로 공을 던졌지만 그만 공이 뒤로 빠지면서 텍사스는 안 줘도 될 점수를 헌납했다. 결국 후속타로 동점까지 허용한 텍사스는 9회 결승점을 허용, 다 잡은 경기를 역전패했다.

그러자 경기 뒤 배니스터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졌다. '초보 감독' 배니스터는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던 추신수를 붙잡은 뒤 덕아웃에서 약 10분간 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현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덕아웃에서 감독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처음 경험한다"며 "8회 같은 상황에서 컷오프맨에게 던져야 한다는 건 아는 얘기다. 다만 야구를 하다보면 본능적으로 그런 플레이가 나올 때도 있다. 어떻게 모든 플레이를 다 잘 할 수 있나. 글러브를 줄테니 직접 해보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한 "감독이 그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는 질문에 "나 때문에 졌다고? XX"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화제가 되자 배니스터는 하룻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12일 오클랜드전에 앞서 댈러스모닝뉴스 등 현지 언론을 상대로 "추신수와 내 관계는 문제 없다. 그가 경기장에서 하는 행동, 내게 말한 것들을 신뢰한다"며 "추신수는 우리팀에서 승리를 향해 가장 열정적인 선수 중 하나다. 지난 6주간 팀이 상승세를 타는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소동의 여파 때문인지 텍사스는 오클랜드에 0-7로 완패했다. 우익수 겸 2번타자로 선발출전한 추신수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2할4푼2리(종전 0.246)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