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확실하게 주전 한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니다. 대타나 대수비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넥센 외야수 박헌도의 현재 위치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평소에도 '백업' 전력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았는 사령탑 중 한 명이다. 그는 "주전으로만 정규시즌을 절대 치를 수 없다"며 "백업이 뒤를 잘 받치고 있어야 장기레이스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박헌도 역시 '백업' 전력에 속한다. 그러나 염 감독은 고종욱, 문우람 등과 함께 박헌도를 주시하고 있다.
스나이더·이택근 공백 메운 쏠쏠한 활약
브래드 스나이더(좌익수)-이택근(중견수)-유한준(우익수)이 선발 출전하는 게 염 감독이 그린 올 시즌 넥센 외야 밑그림이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스나이더는 시즌 초반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이택근도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런 가운데 박헌도가 좌익수로 나와 제몫을 했다.
염 감독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부상선수들이 많아 걱정이 됐지만 박헌도를 비롯한 백업 선수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박헌도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2할6푼7리(57타수 15안타)에 10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확 띄는 활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지는 성적도 아니었다. 평균 이상의 몫을 해낸 것이다.
박헌도의 타격 장점 중 하나는 좌완을 상대로 강하다는 데 있다. 올 시즌 그는 좌투수를 만났을 때 잘 쳤다. 타율 4할(20타수 8안타)에 1홈런 5타점 4볼넷을 기록했다.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있는 염 감독은 지난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헌도를 좌익수 겸 7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박헌도는 벤치 기대에 걸맞게 3안타 활약으로 화답했다. 넥센은 타선의 힘을 앞세워 롯데의 추격을 뿌리치고 10-5로 승리, 최근 3연패를 마감했다.
마수걸이 홈런, 정말 반가웠다
박헌도는 지난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개막 이후 처음 짜릿한 손맛을 봤다. 당시 좌익수 겸 2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헌도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솔로포(시즌 1호)를 쳤다.
그는 "정말 기다리던 홈런"이라고 첫 홈런을 치던 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박헌도는 장거리타자는 아니다. 지난 시즌 47경기에 나와 기록한 4홈런이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박헌도는 "그래도 빨리 홈런이 나온 편"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올 시즌 목표를 정해 두지는 않았다. 지난해보다 더 많이 1군 경기에 출전하고 타석에 더 많이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위치가 애매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경기 출전이 늘어났다. 시즌 개막 후 14일 롯데전까지 33경기에 나왔다. 이런 페이스라면 100경기 이상 출전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한편, 박헌도는 팀 동료 박병호와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편이다. 용마고 재학시절부터 상무(국군체육부대)를 거쳐 넥센에 와서까지 그런 소리를 종종 들었다.
박헌도는 "제가 체구가 좀 더 작은 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둘 다 고교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던 공통점도 있다.
박병호와 박헌도의 위상 차이는 크다. 박병호가 팀은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인 반면 박헌도는 이제 조금씩 주전 자리를 엿보고 있다. 박헌도는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며 "야구를 박병호처럼 잘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라고 강조했다. 둘은 야구 동기생이다. 박병호가 고졸 신인으로 박헌도보다 먼저 KBO리그에서 뛰었다. 프로 경력에서는 박헌도의 선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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