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아무래도 준비 동작에서 풋워크도 그렇고, 송구할 때 역동작이 많은 편이라 차이는 있을 거에요."
염경엽 넥센 감독은 김민성의 2루수 기용에 대해 이런 걱정을 했다. 김민성이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한 지 얼마 안됐다는 점도 고려했다.
사령탑의 우려와는 달리 김민성은 2루수로 성공적인 경기를 치렀다. 그는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 오랜만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시즌 7월 9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 이후 309일만의 2루수 출전이었다.
넥센 2루수 자리는 서건창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서동욱, 김지수, 송성문 등이 맡아왔다. 김민성도 2루수로 뛴 경험이 있어 그 자리를 메울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그 역시 시즌 초반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염 감독은 "2루 수비가 정상적으로 가능할 때 기용하겠다"고 했고, 14일 롯데전이 그 무대가 됐다.
어떤 위치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김민성의 진가는 6회말 수비에서 나왔다. 롯데는 4-5로 끌려가고 있는 가운데 2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임재철이 넥센 선발 앤드류 밴헤켄이 던진 4구째를 밀어쳤다.
안타성 타구였고 처리하기 쉽지 않았지만 김민성이 이를 막아냈다. 그는 공을 잡은 뒤 침착하게 1루로 송구를 해 타자주자를 잡았다. 만약 임재철의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롯데는 5-5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경기 중반 고비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점이 됐을 경우 경기 후반 흐름은 롯데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실점 위기를 넘긴 넥센은 8회초 홈런 2방을 포함해 5안타를 집중하며 대거 5점을 추가, 승기를 잡아 10-5로 이겼다.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는데 김민성의 수비 하나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이보다 앞서 김민성은 6회초 공격에서 볼넷 출루해 2루까지 가 있다 유한준의 안타에 홈으로 파고들었으나 태그아웃됐다. 임재철의 정확한 홈송구에 걸린 것이다. 이 때 아쉬운 마음을 임재철의 타구 처리로 만회한 셈이다.
김민성은 지난 2012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의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그런데 연습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당시 김민성이 빠진 자리를 메운 주인공이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그 해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하며 주전 2루수를 꿰찼다. 지난해에는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첫 주인공이 되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김민성은 3루수로 자리를 이동해 제몫을 해왔다.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됐다. 서건창의 빈자리를 김민성이 메운 것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기용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김민성이 2루로 들어오고 윤석민이 3루수, 김하성이 유격수를 맡는다면 넥센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민성은 2루수로 나선 이날 롯데전에서 3안타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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