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6년 만에 잠실벌에서 열린 평일 K리그 경기는 뜨거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레울 파크)에서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9라운드 서울 이랜드FC-강원FC의 경기가 열렸다.
평일에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프로축구가 열린 것은 1989년 10월 25일(수요일) 현대(현 울산 현대)-대우(현 부산 아이파크), 럭키금성-일화(현 성남FC)의 연속 경기 이후 무려 25년 8개월여 만이다. 26년 전에는 오후 1시와 2시50분에 경기가 열렸다.
저녁 시간대 잠실경기로 따지면 1989년 9월 6일 유공-대우, 일화-현대의 경기 이후 처음이다. 이 때는 오후 5시와 6시 50분에 연속으로 열렸다. 2000년 5월 5일 대한화재컵 결승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전남 드래곤즈전이 열리기는 했지만 공휴일인 어린이날이었다. 즉 1989년 9월 6일 이후로 따지면 무려 9천332일 만에 프로축구가 잠실벌을 수놓게 된 것이다.
올해 신생구단으로 챌린지리그에 뛰어든 이랜드FC에도 뜻깊은 날이었다. 주말 홈경기를 계속 치러오다 처음 가진 주중 경기였다. 주중 경기는 관중 동원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무한도전이었다. 바로 옆 잠실야구장에는 프로야구 LG 트윈스-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려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랜드FC는 올해 주말 홈 3경기에서 평균 3천8명의 관중을 모았다. 3월 29일 FC안양과의 개막전에 4천342명이 찾았고 4월 4일 대구FC전 2천508명, 4월 25일 부천FC전 2천175명이 입장했다. 총 5천126명 수용 가능한 관중석의 50% 이상은 메운 것이다.
이날은 사정이 달랐다. 지난 9일 열린 서울휠체어마라톤으로 인해 양쪽 골대 뒤에 설치해 재미를 봤던 컨테이너 관중석인 박스 스위트(160석), 스탠딩 라운드(112석) 등을 판매하기 어려워 W석 프리미엄존(216석)과 E석 가변석(4천728석)만 운영했다. 사흘 만에 컨테이너석을 설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랜드FC 관계자는 "예매분은 1천200장 정도다. 향후 경기에서는 이 예매분이 기본 관중이고 얼마나 더 오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즉 주중 경기라고 해도 기본 1천200명은 온다는 뜻이다.
관중 유입을 위해 이랜드FC는 '에일 나잇 팬 이벤트'를 열었다. 남쪽 관중석 뒤에 설치한 푸드 트럭에서 맥주를 판매한다. 1만5천원만 지불하면 무한대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했다. 구단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부분은 컨테이너석이 사라진 것을 활용해 안전 가드레일을 설치, 술을 마시면서 서서 경기를 보게 했다는 점이다.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관중은 전반 20분까지 꾸준히 들어왔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초반과 달리 관중들의 자발적인 응원도 어느 정도 정착을 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랜드FC는 서포터를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관중들은 '오~승리의 서울 이랜드', 'S! E! F! C!'같은 구호를 외치며 자발적으로 응원에 열중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찾아 박상균 대표이사와 함께 관전하는 열의를 보였다. 프로 팀으로서 돈버는 구단이 되겠다는 관심과 의지의 표현이었다. 관중수는 1천478명이었다. 평일 경기의 일상화만 이뤄지고 좀더 홍보가 잘 된다면 잠실에서 축구 열기를 지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경기에서는 이랜드가 2-4로 패했지만 관중들의 열기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꾸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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