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역 시몬이 코트가 아닌 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시몬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시구자로 나서 공을 던졌다.
시몬은 시구를 마치고 바로 구장을 떠나지 않고 두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시몬이 시구자로 나선 건 이날 두산 선발투수 유니스키 마야와 인연 때문이다.
시몬과 마야는 같은 쿠바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었다. 시몬은 "쿠바는 종목이 서로 달라도 대표팀 소속 선수들끼리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린다"고 마야와 인연을 전하며 "마야의 부탁으로 시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몬은 야구가 낯설지는 않다. 쿠바에서도 야구는 최고 인기종목이다. 아마추어야구 강국으로 오랜 전통도 있고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해외리그에서 많은 쿠바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다.
시몬도 어릴 때는 배구공이 아닌 야구공과 글러브를 손에 쥐었다. 그는 "좀더 활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어서 야구를 대신해 농구와 배구를 시작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야구장 방문은 오랜만이다. 쿠바에 있을 때는 야구장을 종종 찾아 경기를 보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야구를 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시몬은 "이탈리아는 축구가 최고 인기스포츠"라고 했다.
코트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강서브를 넣는 시몬이지만 야구 시구는 쉽지 않았다. 그는 "투구 연습을 할 때 평지였으나 마운드는 좀 더 높다. 그래서 떨렸다. 앞서 메이저리그 시구 동영상을 봤는데 오바마 미국대통령이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도 시구를 잘 못하더라. 그때문에 나도 실수를 할까봐 더 떨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야는 시구를 앞둔 시몬에게 "공을 잘 던지는 걸 알고 있다"며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던지면 된다"고 조언을 했다. 시몬은 큰 실수 없이 매끄럽게 공을 던졌다.
시몬은 "오늘부터 마야가 뛰고 있는 두산의 팬이 되겠다"며 "마야가 잘 던져서 두산이 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바란다"고 격려를 했다.
한편 시몬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각종 인터뷰 요청도 소화해야 하고 지난 1월 한국에 온 여자친구도 만나야 한다. 시간은 빠듯한 편이다. 오는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프로배구 탑매치에도 뛰어야 한다.
시몬은 "훈련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며 "구단에서 시구를 할 수 있게 해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탑매치 때 다시 코트에서 보자"며 껄껄 웃었다.
배구선수들이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선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문성민(현대캐피탈)도 독일 분데스리가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뛸 때 시즌 종료 후 고향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의 황연주와 양효진도 지난 2013년 당시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무등구장을 찾아 시구를 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