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이날 패배와 상관 없이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고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흥국생명전에서는 주전들에게 휴식시간을 줬다. 김미연, 김선영, 고예림, 하준임 등 그동안 코트에 나설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선수들이 선발 출전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오랜만에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한 것이다. 주전들의 체력을 보충하는 한편 비주전들도 경기 감각을 익히는 자리가 됐다.
도로공사가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동력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문정원과 황민경의 활약과 기용법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문정원은 올 시즌 도로공사 선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그는 신인 시절이던 2011-12시즌 11경기, 2012-13시즌과 지난 시즌 각각 4경기, 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올 시즌 당당히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문정원은 그동안 왼손잡이 라이트라는 포지션 때문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니콜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정원은 국내선수들만 출전했던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서 감독의 눈에 들었다.
서 감독은 문정원 활용법에 대해 고민했고 포지션 변경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번 시즌 '문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일 현대건설전에서 중단되긴 했지만 시즌 개막 후 27경기 연속 서브 득점 기록을 이어갔다. 올스타전에서도 '서브퀸'에 이름을 올렸다.
서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니콜과 문정원의 자리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문정원은 레프트로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남자부에서 뛰고 있는 같은 왼손잡이 라이트인 김정환(우리카드)이나 서재덕(한국전력)과 비슷한 케이스가 됐다.
황민경은 서 감독이 '키플레이어'로 첫 손가락에 꼽는 선수다. 그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그 역시 서브에서 강점을 보였다.
서 감독은 "(공격시) 니콜에게 몰리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황민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로공사는 다른 팀들과 견줘 레프트 자원이 많은 편이었다. 이효희(세터)와 정대영(센터)을 오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레프트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보상선수에 대한 고민을 상대적으로 덜한 셈이다.
서 감독은 올 시즌 초반 문정원과 짝을 이룰 레프트 한 자리를 두고 고심했다. 각각 장, 단점이 분명한 레프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단은 빨랐다.
서 감독은 2라운드부터 황민경을 레프트 선발 한 자리로 고정시켰다. 덕분에 시즌 개막 후 흔들리던 팀 조직력이 안정을 찾았고 결국 정규시즌 1위라는 열매를 맺는데 밑거름이 됐다.
도로공사는 프로 출범 후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에 두 차례 올라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팀이 '2전3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정원과 황민경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이숙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파트너로 IBK 기업은행과 현대건설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문정원과 황민경이 키플레이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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