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9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훈련장인 시드니 레이카르트 오벌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한 호주의 청년이 차를 몰고 가면서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인사를 건넸다.
"아시안컵에서 호주가 한국을 이긴다!"
이 인사를 남긴 채 훌쩍 차를 몰고 가버렸다. 기자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은 당황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가 결승전에 진출한 후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한국에서 온 기자임을 알아본 호주인들에게서 항상 받는 인사다. 식당을 가도, 상점을 가도, 심지어 택시를 타도 택시 기사 아저씨는 웃으면서 호주가 이긴다고 한다.
여기는 호주다. 그리고 대회 개최국 호주가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그들의 상대는 한국이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특별한 리액션을 하지 않고 있다. 가끔씩 한국이 이긴다고 대꾸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참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유치한 도발은 그냥 넘기는 것이 상책이다. 도발에 반응하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무시가 답이다. 무시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이제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1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결승전, 이 경기장은 8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호주의 상징과 같은 경기장이라 할 수 있다. 8만 관중 대다수는 당연히 노란색 옷을 입은 호주 팬들일 것이다. 호주가 이긴다고 도발했던 이들도 분명 그 노란색 대열에 합류해 있을 것이다.
기다림의 끝이 기대된다. 그들의 마지막 표정을 보고 싶다. 경기 후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 싶은 것이다. 개최국에서, 그것도 상징과도 같은 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놓친 그들의 표정이 기대된다. 그들이 도발했던 것이 얼마나 민망하고 오버스러운 행동이었는지 알게 됐을 때 짓는 그 표정이 보고 싶다.
결승전이 끝난 후, 기자는 환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로 호주팬들을 바라보고 싶다. 한국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호가 이런 행복을 누리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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