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차두리(35, FC서울)는 '울보'다.
차두리의 폭발적인 플레이, 항상 웃는 밝은 미소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 차두리의 '눈물'이다. 차두리는 경기 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펑펑 운 적이 있다. 그것도 벌써 두 번씩이나.
차두리의 '첫 번째 눈물'은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이 끝난 후였다. 한국 대표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 1-2로 패배했다. 한국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역사를 이뤘지만 8강행이 좌절됨으로써 차두리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차두리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경기 후 차두리는 "좋은 경기를 했다. 후반에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마지막에 골을 먹고 지니 가슴이 아프다. 특히 이렇게 큰 무대, 좋은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진한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차두리의 '두 번째 눈물'은 지난 2013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이 끝난 후였다. 소속팀 FC서울은 최선을 다했지만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서울은 구단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정상을 밟지 못했고 차두리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차두리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차두리는 "너무나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 정말, 정말 열심히 뛰었다. 너무 아쉬워 경기가 끝나니 울컥했고 눈물이 났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더 잘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후배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광저우에 지지 않았는데 우승하지 못해 더욱 아쉬웠다. 결승까지 왔는데 우승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또 차두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 울컥했다. 이렇게 큰 대회,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무대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워 눈물이 났다. 월드컵 16강 때처럼 울었다. 그 때도 마지막 월드컵이라 생각해서 울었다. 사실 월드컵 때보다 이번이 더욱 아쉬웠다. 남아공월드컵은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승을 목표로 왔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더욱 진한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차두리가 흘린 두 번의 눈물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물론 팀 패배의 아쉬움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두 가지의 심정이 겹쳐 차두리는 그렇게 뜨겁게 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울보' 차두리는 '세 번째 눈물'을 흘리려 한다. 그런데 세 번째 눈물의 의미는 이전 2번과는 다르다. 아쉬움이 아닌 행복하고 뿌듯한, 좌절이 아닌 영광과 감동의 눈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일 것 같지 않은, 정말 마지막 눈물을 흘리려 하고 있다.
차두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이미 선언했다. 이번 아시안컵이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다. 그리고 오는 31일 호주와 결승전을 치르는 한국, 이 경기가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 경기다. 정말 대표선수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다. 차두리는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없고, 팬들은 더 이상 국가대표 차두리를 볼 수 없다. 한국 대표팀과 팬들은 차두리와 이별해야 한다. 뜨거운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아쉬움은 없다. 차두리의 세 번째 눈물은 '결실의 눈물'이어야 한다. 차두리가 다시 한 번 아쉬움과 좌절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 결실, 바로 아시안컵 우승이다. 한국이 호주에 승리한다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우승이라는 영광과 함께 차두리의 눈물을 보고 싶다. 우승컵을 들고 뜨겁게 우는 그를 보고 싶다. 마지막 눈물은 쓰러져 그라운드에 흘릴 것이 아니라 아시안컵 우승컵에 떨어뜨려야 한다. 차두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 대표팀 동료들 역시 차두리와 함께 '세 번째'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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