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김광현과 KIA 양현종이 화끈한 연봉 인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무산의 아쉬움을 덜었다. 이제 각자 팀의 에이스로서 자신들의 진가를 실력으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양현종은 11일 지난해 1억2천만원에서 233.3% 인상된 4억원에 연봉 재계약을 체결했다. 2억8천만원이나 오른 양현종은 팀 역대 최고 인상 금액(종전 2010년 최희섭 2억원)을 기록했으며, 투수 부문 팀 역대 최고 인상률(종전 2004년 신용운 등 200%) 기록도 경신했다.
김광현은 지난달 14일 연봉 2억7천만원에서 3억3천만원 오른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는 종전 2008년 조웅천의 3억원을 뛰어넘는 SK 역대 투수 최고 연봉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각각 팀 내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활약에 대한 대가는 물론, 팀 잔류 프리미엄까지 더해졌다.
김광현은 지난해 28경기에서 13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팀 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해 최다 173.2이닝을 소화하면서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양현종은 29경기에 등판해 16승 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하면서 밴헤켄(넥센, 20승)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랐다. KIA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활약을 보면 두 선수 모두 큰 폭의 연봉 인상은 당연했다.
여기에 '보상'도 더해졌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2014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협상을 벌이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SK 잔류를 결정했다. 양현종도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시도했으나 응찰액이 너무 적어 포기했다. KIA는 "좌완 에이스에 걸맞은 응찰액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포스팅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양현종도 구단의 뜻을 받아들였다.
빅리그의 냉정한 판단에 국가대표 투수 두 명이 고개를 떨궜다. 구단은 이에 비교적 높은 연봉을 안기면서 에이스들의 마음을 달랬다. KIA에는 '윤석민 효과'도 더해졌다. KIA는 2011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던 윤석민의 뜻을 꺾고 2년 더 뛰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1년 17승을 올렸던 윤석민은 이후 2년 동안 12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양현종의 연봉 4억원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둘의 해외 진출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결정한 뒤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양현종 역시 "KIA와 함께 1∼2년 더 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앞으로의 2년이 더 중요해졌다. 두 선수의 포스팅 금액이 적었던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함 때문이었다. 김광현은 최근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4승과 8승에 그쳤다. 양현종 역시 2010년 16승을 올린 뒤 2011년 7승, 2012년 1승으로 부진했다.
우려를 털어내고 꾸준히 성적을 올리는 것만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길이다. 2년 뒤 FA 자격을 얻게 될 김광현과 양현종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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