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5년 양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왔지만 지나간 해의 기억과 추억은 여전하다. 지난해 히트 상품은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미생'(未生)은 단연 화제였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직장생활을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제목인 '미생'은 각 분야에서 어렵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미생'의 사전적 의미는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살아있지 않은 상태나 돌을 뜻한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과는 다르다. 당장은 활로가 막혀 있어도 언젠가 '완생'으로 바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승패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미생'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비록 아직 목표로 한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새해를 맞으며 '완생'의 길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선수들도 많다.
▲2014년 힘차게 뛴 조상우-박해민
프로야구에서는 2014년을 무척 열심히 보냈으면서도 마지막 결실의 순간 다소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이 있다. 각각 투수와 타자 부문에서 대표적인 선수가 조상우(넥센 히어로즈)와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다. 둘은 지난해 소속팀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프로 2년차 시즌을 맞았던 조상우는 넥센 마운드에서 없어선 안될 활약을 펼쳤다. 중간계투진의 한 축을 맡으며 '필승조'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48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했다. 넥센 불펜진 중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다는 데서 그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다.
박해민 역시 짭짤한 활약을 보여줬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1군으로 콜업된 뒤 그는 팀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7리 31타점 36도루를 기록했다.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일단 출루하면 상대팀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선수다. 방망이 솜씨에 수비 실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주전 중견수 배영섭의 군입대로 생긴 빈자리를 걱정했지만 박해민이 있어 시름을 덜었다.
시즌 내내 열심히 뛴 둘은 운명의 장난처럼 '마지막 승부'였던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넥센, 4연속 우승에 도전한 삼성의 한국시리즈 격돌이었다.
조상우는 첫 우승을 노렸지만 넥센은 삼성의 높은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해민은 2차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손가락을 다쳤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삼성의 4연속 통합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아쉽게 놓친 '신인왕', 이제 한 계단 더 올라서야
지난 시즌 후 조상우와 박해민은 나란히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생애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광은 NC 내야수 박민우에게 돌아갔다.
박민우는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8리 1홈런 40타점 50도루, 출루율 3할9푼2리로 맹활약했다. NC가 1군리그 참가 2년만에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는 박민우의 역할이 컸다.
이런 박민우의 존재감에 밀려 조상우와 박해민은 '완생'을 위해 최소 한 집을 일찍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톱스타가 되기 위한 승부는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신인왕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조상우와 박해민은 소속팀이나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든든한 자원이며 누가 얼마나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조상우는 묵직한 강속구를 자랑하는 투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조)상우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2015시즌에는 조상우의 팀내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필승조를 꾸렸던 한현희가 선발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상우는 당장은 아니지만 손승락을 뒤를 이어 마무리를 맡을 수도 있다. 타고난 신체조건도 뛰어난데다 구위도 좋기 때문이다. 염 감독도 조상우가 앞으로는 마무리, 또는 선발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시즌 조상우는 변함없이 필승조에서 기복 없는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넥센이 지난해 거뒀던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적 그 이상을 거두기 위해서는 조상우의 활약이 필수이다.
박해민은 손가락 부상 회복이 먼저다. 오프시즌 동안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깁스를 풀고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곧 다가올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시즌 개막을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박해민은 화려한 조명을 받거나 많은 관심을 받으며 프로에 들어온 선수는 아니다. 대졸이지만 신고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리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우승팀 삼성의 주전 중견수를 꿰찼지만 그 자리를 누구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터줏대감이 돼야 한다. 현재의 위치를 지키면서 더 나은 성적으로 목표를 향해 한 계단 더 올라서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걸 그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5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어떤 팀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이루려 한다. 물론 박해민의 활약이 밑거름이 돼야 하며, 그것이 바로 '완생'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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