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비싸도 매력적이다. FA 시장에 뛰어든 좌완투수 장원준(29) 얘기다.
장워준은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의 88억원 제안을 뿌리치고 시장에 나왔다.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과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첫 날이었던 27일은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각 구단의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FA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비난과 함께 88억원을 넘는 금액이 과연 장원준의 몸값으로 적당한 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롯데가 88억원의 제시액을 공개하면서 장원준의 몸값이 100억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왼손투수, 각 팀 선발진 마지막 퍼즐
장원준은 비싸도 매력적인 선수다. 좌완 선발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 장원준을 영입하려는 구단으로는 한화, LG, 두산 등이 후보로 꼽힌다. 하나같이 좌완 선발이 필요한 팀들이다. 수요가 몰리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먼저 한화와 LG는 선발진에 좌완이 없다. 특히 한화의 경우 좌우완을 따지지 않고 수준급 선발 투수 한 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LG 역시 류제국이 무릎 수술로 다음 시즌 초반 결장이 예상된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는데다 좌완도 없다.
두산은 쓸 만한 좌완투수를 얻는 것이 숙원이었다. 전통적으로 좌완투수 부족에 시달렸던 두산이다. 지난해 유희관의 등장으로 그동안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지만, 아직 두산의 좌완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 밖에 다른 구단들도 장원준을 영입하게 된다면 선발진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장원삼, 양현종과 함께 '국내 좌완 빅3'로 꼽힐 수 있는 것이 장원준이 지니는 가치다.
◆꾸준함과 젊음, 투구폼 유연해 부상 가능성 적어
그동안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욕심도 나는 것이다. 장원준은 2008년 12승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10승을 보장하는 꾸준한 선발투수라는 뜻이다.
또한 장원준은 투구폼이 부드러워 부상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뷔 이후 큰 부상 없이 한 시즌 평균 150이닝 정도를 소화해오고 있다. 투수 FA의 가장 큰 단점인 내구성에 대한 우려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셈이다.
나이도 아직 젊은 편이다. 1985년생인 장원준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급격히 기량이 쇠퇴할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그래도 너무 비싸다
매력적인 이유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장원준의 몸값은 너무 비싼 것이 사실이다. 100억원의 예상가는 근거가 없지 않다. 장원준의 몸값 외에도 장원준을 영입하는 구단은 롯데에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장원준의 올 시즌 연봉 3억2천만원의 200% 또는 30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6억4천만원 또는 9억6천만원이다. 롯데가 장원준에게 제시한 88억원 이상의 몸값까지, 장원준을 영입하려는 구단은 정말 100억원 가까이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80억~90억원 규모의 계약에서는 계약금이 40억~50억원 사이가 된다. 이를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400만달러~500만달러가 된다. 연봉 100만달러짜리 외국인 선수를 4~5명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과연 FA 선수들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할 문제다.
굳이 외국인 선수의 몸값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몇 십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FA를 영입할 돈을 유망주 육성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롯데는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육성에 투자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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