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20일부터 원소속팀과 먼저 협상을 갖고 있다. 데드라인은 오는 26일 자정까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역대 최고의 FA 시장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일단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모두 19명으로 역대 최다다.
타자로는 최정, 김강민(이상 SK 와이번스) 등이 최대어로 꼽힌다. 그러나 당장 팀 전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팀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타자보다 투수 쪽에 더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투수쪽 최대어로는 장원준(롯데 자이언츠)과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이 거론된다.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팀들에게 영입 일순위 대상이다. 특히 장원준은 좌완 선발이라는 장점이 있다.
장원준의 원 소속구단인 롯데는 걱정이 많다. 이윤원 롯데 단장은 "장원준을 비롯한 내부 FA는 모두 잔류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롯데는 정규시즌 종료 후 구단 사상 있어서는 안될 일을 겪었다. 내부 갈등 등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이사와 단장이 모두 팀을 떠났고 새로운 사장과 단장이 부임했다. 롯데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가운데 장원준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된다면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다.
장원준의 FA 계약 규모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삼성에 잔류한 장원삼이다. 역시 좌완 선발 요원인 장원삼은 4년 동안 6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 유니폼을 계속 입었고 올시즌 삼성의 4년 연속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투수 FA로만 따진다면 역대 최고액이다.
롯데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 단장은 "장원준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로서는 감안해야 할 또 하나 가이드라인이 있다. 롯데는 지난해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포수 강민호를 잔류시켰다. 강민호는 4년 동안 7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롯데 유니폼을 계속 입었다. 선수 가치, 기량에 대한 기대치 등과 함께 구단이 우선적으로 살펴본 부분이 바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이다.
두 사례를 참고한다면 장원준은 장원삼과 강민호 사이에서 몸값이 책정될 수도 있다.
그리고 롯데에겐 장원준을 붙잡아야 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장원준이 빠진다면 내년 시즌 롯데 마운드 전력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올 시즌과 견줘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원준이 송승준, 외국인투수 2명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서 버텨줘야 기본적인 마운드의 틀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롯데에게 녹록지 않다. 해외진출에 대한 장원준의 의지, 팀에 남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몸값 책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장원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내 다른 구단의 움직임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한편 롯데는 21일 장원준과 1차 면담을 갖는다. 20일에는 김사율, 박기혁과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일단 두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탐색전인 셈이다. 장원준과의 첫 만남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급한 쪽은 선수가 아닌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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