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30일 새벽 인천공항. 이른 시간이었지만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입국장 앞에 몰려 있었다.
그들은 한국 축구 월드컵 대표팀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승점 1점으로 H조 꼴찌에 그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대표팀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의리' 논란에 휩싸인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도 새벽 시간에 공항에 나온 이들은 거의 대표팀을 환대하는 팬들이었다. 대부분 소녀팬들이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그래도 타국에서 수고한 대표팀 선수들을 환영하려 새벽 시간에 공항으로 왔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대표팀을 기다렸다.
대표팀이 입국 게이트로 나왔고, 해단식을 위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소녀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표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브라질에서의 노고에 대해 인사했다. 또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격려했다.
정몽규 회장 및 임원들의 인사가 끝날 무렵, 갑자기 대표팀을 향해 사탕들이 날아 왔다. 한 남자가 사탕 뭉치를 대표팀을 향해 던졌다. 처음에는 사탕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사탕처럼 낱개로 포장된 엿이었다. 그 남자는 "엿 먹어라!"고 외치며 대표팀을 향해 연신 엿을 던졌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른 한 동료와 함께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이들은 한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들이다. 이 카페 회원 10명이 월드컵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홍명보호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해 대표팀이 귀국한 공항에 나와 엿을 던진 것이다.
한 회원은 "한국 축구를 엿 먹였으니 그들도 엿을 먹으라고 던졌다. 정성룡, 박주영을 믿어 이 사단이 났다. 인맥 축구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월드컵 대표팀의 '치욕스러운' 귀국 행사였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이 돌아올 때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남아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해, 대표팀 선수들의 목에는 꽃다발이 걸리고 수많은 인파가 따뜻한 환영을 해줬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홍명보호에는 아쉽게도 한 분노한 시민이 준비한 엿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악의 월드컵 성적만큼이나 쓰라린 한국 축구대표팀의 귀국 장면이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