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호가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알제리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한 경기를 치른 결과 1무, 알제리는 1패를 기록중입니다. 한국이 알제리를 이기면 16강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자는 포르투 알레그리라는 도시에 주목합니다. 국내 취재진은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에 전세기로 이동한 대표팀보다 조금 늦게 포르투 알레그리에 도착했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는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남서쪽은 우루과이. 북서쪽은 아르헨티나와 접한 경계와 출발의 도시입니다. 히우 그란데 두 술 주(州)의 핵심 도시이기도 하고요. 17세기 후반 포르투갈인들이 포르투 알레그리 땅을 밟으면서 개척이 됐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영토 다툼을 벌이다가 브라질이 독립하면서 제자리를 잡았죠.

무엇보다 브라질 미녀들을 여럿 배출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유명 모델 지젤 번천, 안나 비트리스 바로소 등의 고향이지요. 거리 곳곳에 이곳 출신의 모델들이 환하게 웃는 광고들이 즐비합니다. 서양 미인에 그리 호감을 느끼지 않는 기자도 눈이 동그랗게 될 정도로 인형같은 미소가 거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또,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도 어린 시절과 정계 입문 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여성 파워를 알 수 있습니다. 축구쪽으로 보면 호나우지뉴의 고향입니다. 호나우지뉴는 포르투 알레그리를 연고로 하는 명문 그레미우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프리킥의 마법사 에닝요의 고향도 포르투 알레그리입니다.
이곳은 풍족한 땅입니다. 브라질 곡물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브라질의 유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겠지요. 쇠고기의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 브라질 정통음식 슈하스코의 수준이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습니다. 기자도 포르투 알레그리에 와서야 슈하스코를 접했는데 입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는 느낌이 좋은 도시입니다. 한국대표팀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포르투 알레그리에 오는 동안 브라질 저가항공사인 아줄(AZUL)의 환상적인 서비스에 매료 됐거든요. 하늘 위에서 프랑스-스위스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호사도 누렸고 배가 고픈데 각종 스낵 등 서비스도 훌륭했습니다.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아줄 항공의 서비스로 인해 포르투 알레그리에 대한 느낌도 좋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줄 항공의 허브 취항지 중 한 곳이 포르투 알레그리이고요. 덕분에 쌓인 피로도 조금은 사라졌습니다.
도시 분위기는 유럽에 온 것처럼 편안함 그 이상입니다. 대중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요. 지하철도 있고 버스도 적절한 간격으로 다닙니다. 특히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훌륭합니다. 한국에 도입될 쿠리치바를 모델로 삼았다죠. 포르투 알레그리도 쿠리치바를 롤모델 삼아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풍경이지요. 강도나 치한 등 질 떨어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안심하고 스마트폰들을 다들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 납니다.
높은 고층 빌딩에 큰 광장과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주택들을 보니 유럽의 분위기가 제대로 나더군요. 1차전의 부담을 털고 여유가 생긴 대표팀에는 적응하기에 딱인 도시였습니다. 조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 정도는 전기장판을 잘 활용하고 있다니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깜짝 놀라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도착 첫 날 몇몇 기자와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어린이 집시들이 달려듭니다.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자! 저들을 괴롭혀라"라는 신호를 보내니 우르르 옆으로 다가섭니다. 혼란을 틈타 소매치기라도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놀란 기자들은 뛰어갔는데 그들도 함께 뜁니다. 그래서 1차전 도시였던 쿠이아바 입성 첫 날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금새 사라졌습니다.
사전에 나쁜 일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날인 22일 오전에 취재진이 묵고 있는 숙소에 불이 났습니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지요. 온풍기 역할까지 하는 에어컨 고장으로 수리를 했는데 이후 합선이 생기면서 불이 났습니다. 큰 불로 번지지 않고 빨리 진화됐기 때문에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대표팀에 생길 나쁜 일을 취재진이 대신 액땜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는 특정한 일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신경도 쓰지 않지만 월드컵 대회를 치르고 있다 보니 조금 달리 느껴집니다. 대표팀에 일어날 나쁜 일을 취재진이 미리 겪으며 부정한 기운을 막았다는 것으로 긍정적인 판단을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최대한 안정을 취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일 아니겠습니까. 서로 믿지 못해서 의심하고 기싸움을 벌이는 알제리 선수단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어쨌든 포르투 알레그리는 여러가지로 긍정의 기운을 주는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홍명보호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좋은 느낌이 지배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한국의 월드컵 공식 응원문구가 '즐겨라, 대한민국!(ENJOY IT, REDS!)'이겠습니까. 이곳의 자유롭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그냥 즐기면 됩니다. 또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⑫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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