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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브라질]⑧돌파 말고 슈팅도 하겠다던 이근호, 다짐을 지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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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 한풀이 골 성공, 이근호의 진짜 월드컵 시작됐다

[이성필기자] 홍명보호가 그렇게 집중해서 준비했던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났습니다. '병장' 이근호(29, 상주 상무)가 묵직한 중거리 슈팅으로 러시아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고르 아킨페예프 골키퍼의 손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로 연결, 행운이 깃든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이라는 사실입니다.

경기 하루 전날 기자는 이 현지 보고 시리즈에 '이근호의 러시아전을 믿는다'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번 골을 통해 이근호의 4년 전 아픔이 널리 알려졌듯이 정말 한풀이를 하는 골이었습니다.

4년 전의 기억으로 잠시 되돌아 가보겠습니다. 당시 기자는 남아공월드컵을 최종 준비하던 대표팀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노이슈티프트의 전지훈련 캠프에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까지 이근호의 몸이 너무나 좋았기에 그 누구도 이근호의 대표 탈락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 허정무 감독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근호를 탈락시켰습니다.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나서던 이근호였기에 안타까움은 컸습니다. '쌕쌕이'라는 별명답게 왕성한 활동량으로 대표팀 공격 진영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던 그였지만 고지대 적응이 걸려 있던 인스부르크에서 그다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대표 탈락의 쓴 잔을 마신 이근호는 신형민(알 자지라), 구차철(마인츠05)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알 힐랄)가 더 부각되는 바람에 이근호의 탈락은 팬들의 관심사에서도 뒤로 밀렸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새벽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독일 뮌헨으로 가는 이들을 만나보기 위해 대표팀 숙소로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놓고 의견을 모았고 최종적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소연이라도 들어주고 싶었지만, 큰 좌절을 겪은 그들을 가까이서 꼭 봐야 하느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당시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이었던 이원재 현 월드컵 기념관장은 "그 누구도 탈락자들에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침묵의 시간만 길었다. (이)근호는 땅만 바라봤고 눈이 부어 있었다"라고 이들의 씁쓸한 한국행 표정을 전했습니다. 그 정도로 탈락의 아픔은 컸지요.

4년의 시간이 흘러 이근호는 브라질월드컵대표팀의 일원이 됐습니다. 쿠이아바에 입성했던 지난 16일 첫 날 훈련이 끝난 뒤 이근호를 만났습니다. 지난 회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러시아전에서 이근호가 어떤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감'으로 마이애미 전지훈련부터 포스 두 이구아수와 쿠이아바까지 세 번째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다른 취재진이 끼지 않아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근호는 성숙해졌습니다. 그는 "내게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지간에 그 임무에 충실하려고 한다. 러시아의 수비를 파고 들어서 만들어야 하면 만들어야 한다"라며 오직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월드컵의 흐름도 정확히 꿰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대부분의 팀들이 선수비 후역습을 하는 것 같다. 역습만 잘하면 이탈리아처럼 이길 수 있다"라고 하더군요. 또, "무엇보다 후반 집중력이 중요한 것 같다. 후반에 분명 승부가 갈릴 것이다"라고 예측을 하더군요. 훈련과 공부를 병행하지 않으면 쉽게 말하기 어려운 월드컵 경향 분석입니다.

이근호에게 의외(?)의 질문을 하나 더 던졌습니다. 저돌적인 돌파만 할 것인지, 슈팅 기회가 있다면 과감하게 시도해 볼 생각은 없는지 말이죠. 플레이 스타일상 이근호에게 바라는 주된 임무는 러시아 수비를 흔드는 돌파지만 슈팅도 공격수의 빼놓을 수 없는 임무 중 하나입니다. 깔끔한 마무리가 이뤄져야 웃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때 이근호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감독님이 특별히 슈팅을 하라고 지시를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 발 더 뛰다 보면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슈팅 연습은 많이 합니다. 일단 한 번 빵빵 때려 보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말을 하더군요.

결과적으로는 그 과감한 슈팅이 러시아전 골로 이어졌습니다. 이근호가 생각하고 있던 역습과 중거리 슈팅이 모두 맞아 떨어졌습니다. 경기 전 연습에서도 골망을 정확하게 흔들던 그에게 축구의 신이 준 선물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근호의 월드컵은 이제 시작입니다.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도 무엇인가를 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풀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⑨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쿠이아바(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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