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소금은 평소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 꼭 필요한 요소이며,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도 빠져서는 안되는 조미료다.
요즘 NC 다이노스에서는 내야수 지석훈(30)이 바로 소금같은 존재다.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요소요소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지석훈이 없었다면 NC의 최근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었을 지도 의문이다.
멀티 내야수로서 수비형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한 지석훈은 올 시즌 공수겸장 내야수로 거듭나고 있다. 12일 현재 타율 3할1푼8리(85타수 27안타)에 3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3개의 홈런은 지난해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이기록이고, 타점도 지난해 기록(35타점)을 넘어설 기세다. 3할 타율도 아직 경험이 없다.
지석훈은 "아직 몇 경기 치르지 않아서 그렇다"며 자신의 높은 타율에 겸손한 자세를 보이며 "지금 팀 성적이 좋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 성적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 서른이 넘어 베테랑의 위치가 된 지석훈은 그렇게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석훈은 "실책을 7개 이하로 기록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석훈은 105경기에 출전해 8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수비 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것이 지석훈의 생각이다. 올 시즌 지석훈은 주 포지션이 된 2루수를 포함, 유격수와 3루수로도 나서며 NC 내야를 전천후로 지키고 있다.
포지션 경쟁자 박민우의 부상으로 비로소 출전 기회가 많아진 지석훈이다. 지석훈은 시즌 초반을 떠올리며 "내가 못했고 (박)민우가 잘했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박민우가 복귀하더라도 주전 2루수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주전 선수가 빠지더라도 그 공백이 드러나지 않는 강팀의 전형을 NC가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지석훈의 활약에 김경문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기 싫어서 열심히 했다. 박민우가 어리지만 좋은 경쟁자가 됐을 것"이라며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 지석훈도 그렇게 노력을 해서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지석훈에게 박민우는 좋은 경쟁자였다. 현재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올 시즌 박민우는 1군서 타율 3할6리 22타점 33득점 21도루(전체 3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도루 경쟁을 이끌며 신인왕 후부로 급부상하기도 했었다.
지석훈은 "민우도 있고, (이)상호도 있어서 캠프 때 훈련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내 딴에는 정말 집중해서 많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긴장감을 갖고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던 것이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석훈은 지난 2003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현대 유니콘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입단 계약금만 2억5천만원이었다. 유망주로서 '포스트 박진만'이라는 평가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조용히 잊혀져 갔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이적한 것이다. 신생팀 NC에는 지석훈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펼쳐져 있었고, 그 기회를 지석훈은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역시 박민우라는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즌 초반 백업으로 밀렸으나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김경문 감독은 "고등학교 때 잘했던 선수다. 기본 기량이 있는 선수들은 언젠가 그 기량이 나온다"며 지석훈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석훈은 소금같은 활약을 펼치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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