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던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 훈련을 지도할 때면 보통 뒤에서 선수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다 한 번씩 강한 지적을 한다. 선수들에게는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제대로 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동작도 많지 않다. 홍 감독이 내뿜는 카리스마가 분위기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 막바지 준비를 하면서 전에 없이 선수들에게 많은 지시를 했다. 비공개 훈련을 제외하고 공개된 훈련에서 마치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선수들에게 세세한 지도를 하는 장면을 수없이 보여줬다. 홍 감독이 이렇게 가르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대표팀은 1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 입성 후 두 번째 훈련을 가졌다. 전날 400여 팬들의 뜨거운 분위기 속 가진 일반인 공개 훈련과 달리 이날은 취재진만 훈련을 보게 되면서 강도나 집중도가 달라졌다.
홍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패스와 압박을 동시에 훈련을 하던 중 잠시 멈추게 한 홍 감독은 직접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홍 감독의 지시는 명확했다. 그는 "우두커니 있지 말고 움직여라"라며 끊임없는 공간 이동과 상대에 대한 압박을 지시했다. 또, "지금은 압박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보다 영리하면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휘하는 동작도 컸다. 손을 좌우로 가리키면서 격정적으로 지시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다. 23명 선수들 전체에게 세세히 세부 움직임까지 알려주며 장, 단점을 지적했다.
선수로 월드컵을 네 번이나 출전한 홍 감독이지만 감독으로 맞는 월드컵이 다가오니 긴장감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훈련이 다 끝난 뒤에는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며 이날의 훈련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후 고독하게 그라운드를 걸어가며 자신만의 시간에 빠졌다.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 패배로 홍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상당하다. 과외 선생님으로 변신한 홍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내 러시아전에서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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