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빅토르 안(29, 한국명 안현수)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국의 후배들을 제치고 새로운 조국이 된 러시아에 동계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긴 것이다.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1천m 결승전에는 총 5명의 선수가 스타트 라인에 섰다. 한국의 신다운(21, 서울시청)과 중국의 우다징, 네덜란드의 크네흐트, 러시아의 그리고레프.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인이 된 빅토르 안이었다.
다섯 명의 선수가 각축을 벌인 끝에 금메달은 빅토르 안의 차지가 됐다. 신다운은 역주를 펼쳤지만 실격 처리되며 최종 7위에 그쳤다. 은메달은 또 다른 러시아 선수 그리고레프가 획득했고, 동메달은 크네흐트가 차지했다.
빅토르 안은 이미 남자 1천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자신의 두 번째 나라 러시아의 동계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종목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여기에 금메달까지 선사하며 완벽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벌써부터 빅토르 안에게 대표팀 코치직까지 제의하며 그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빅토르 안은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뛰던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였다. 지난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1천500m, 1천m, 5천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하지만 그가 조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귀화라는 선택을 했다.
빅토르 안이 귀화를 택한 이유는 한국 쇼트트랙계에 만연해 있던 파벌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당시 안현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길을 계속 걷기 위해 국적을 바꿨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러시아 대표팀의 일원이 된 빅토르 안은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그리고 이는 한국 쇼트트랙에는 아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안현수가 동메달과 금메달을 연이어 목에 거는 사이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이제 500m만을 남겨놓고 있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1천500m는 물론, 5천m 계주에서도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반대로 빅토르 안은 러시아를 계주 결승에 올려 놓으며 또 하나의 메달도 바라보고 있다.
500m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던 종목이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노메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메달을 획득한 뒤 러시아 국기를 펄럭이며 링크를 도는 안현수의 모습과 씁쓸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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