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꼽힌다. 지난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선을 보인 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이 때부터 쇼트트랙은 한국에게 메달밭이 됐다. 2010년 밴쿠버대회까지 한국 남녀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은 모두 1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 양궁이 따낸 금메달 숫자와 같다. 2014 소치 올림픽이 다가오는 지금도 쇼트트랙 태극전사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막바지 구슬땀을 빙판위에 뿌리고 있다.
◆女 에이스 심석희, 한국 쇼트트랙 자존심을 지켜라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여자대표팀은 '노 골드'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남자는 이정수가 2관왕에 오르며 체면치레는 했으나 최근 치른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남자대표팀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 걱정을 샀다.
그러나 이번 소치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특히 여자부에서 4년 전의 부진을 만회할 믿음직한 카드가 있다. 전이경, 진선유로 이어진 여자쇼트트랙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주인공으로 꼽히는 심석희(세화여고)가 있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기대주로 꼽혔다. 2012년 3월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2012-13 월드컵 1차대회에서 1천m, 1천500m, 3천m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역시 3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이어진 2, 3, 4, 5, 6차대회에서도 금빛 질주를 계속했다.
심석희가 시니어 데뷔 무대인 월드컵에서 따낸 금메달은 모두 9개다. 지난해에도 금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월드컵 1차대회에서 1천m, 1천500m, 3천m계주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방에서 열린 2차대회에서도 1천500m와 3천m계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3차와 4차대회에서도 각각 3관왕, 2관왕을 차지해 소치에서 금빛 기대를 한층 높였다.
여자대표팀은 심석희를 앞세워 소치에서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세웠다. 라이벌 중국 등의 견제가 심하지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3천m계주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여자대표팀은 2013-14시즌 치른 4차례 월드컵에서 3천m계주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새 얼굴 승선 남자대표팀도 선전 기대
이번 소치 올림픽에 나서는 쇼트트랙대표팀은 새 얼굴이 유독 많다. 남녀 모두 비슷한 상황인데 남자대표팀에서는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이호석(고양시청) 뿐이다.
신다운(서울시청) 박세영(단국대) 이한빈(서울시청) 그리고 계주에 나서는 노진규(한국체대)까지 대부분 새 얼굴이다. 여자대표팀 에이스 노릇을 해야 할 심석희도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상정(유봉여고)과 김아랑(전주제일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여자팀에는 밴쿠버 대회에 참가했던 조해리(고양시청) 박승희(화성시청) 이은별(고려대) 등이 있어 남자팀과 견줘 경험에서는 조금 더 앞선다.
경험은 쇼트트랙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피드가 있어도 레이스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순 없다. 경험의 차이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있었던 쇼트트랙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윤재명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올림픽 등 큰 대회에 나간 경험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경기 운영능력과 테크닉 부분에서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들이 이 부분에 신경을 쓴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최광복 여자대표팀 감독도 "경기 운영능력을 보강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선수들의 기록 페이스가 좋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고 했다.
심석희는 자신의 단점이 경험 부족이라며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 맏형인 이호석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림픽에 처음 나갔을 때는 긴장하는 것도 몰랐다. 올림픽을 경험하지 않고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동료들을 격려했다. 또한 이호석은 "대표선수들은 이미 톱클래스 수준"이라며 "선수들도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고 보완을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남녀 쇼트트랙대표팀의 소치 금메달 도전은 오는 2월 15일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심석희는 이날 주종목인 1천500m에 나선다. 18일에는 기대 종목인 여자 3천m 계주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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