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다섯 번째 아시아 투수가 됐다. 한국인 선수로는 첫 번째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5.1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며 11피안타 2실점(2자책점) 6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팀이 6-2로 앞선 가운데 6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J.P. 하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다저스는 이후 브랜든 리그, 로날드 벨리사리오, 카를로스 마르몰 등 계투진을 등판시켜 팀과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냈다.
류현진의 이날 승리는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10승 달성 뿐 아니라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히는 리글리필드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인 ESPN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특성(파크팩터)을 분석하고 있다. 올 시즌 리글리필드는 득점 기준으로 1.000을 훌쩍 넘겼다. 2일 현재 1.258로 전체 구장 가운데 가장 높다. 보통 1.0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는 경우에 투수보다 타자에게 더 유리한 곳으로 평가된다.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이 0.807로 가장 낮아 대표적인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리글리필드는 바람 영향이 큰 구장이다. 시즌 초반에는 바람이 외야에서 내야쪽으로 부는 때가 많아 홈런이 적게 나오는 편이지만 기온이 오르면서 바람 방향이 바뀐다. 이때문에 바람 덕을 본 홈런도 많이 나온다.
컵스는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미 접은 상황이다. 주축선수로 꼽히는 투수 맷 가르자와 타자 알폰소 소리아노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앞서 각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로 보내는 등 리빌딩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컵스는 2일까지 팀홈런 120개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33홈런)와 콜로라도 로키스(121홈런)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큰 것 한 방을 조심해야 하는 류현진은 이날 이 부분에서만큼은 위험을 피해갔다. 안타를 11개나 맞았고, 그 가운데 2루타를 4개 허용했지만 컵스 타선에게 홈런을 하나도 내주진 않았다. 많은 피안타수에도 실점이 2점밖에 되지 않았던 한 이유다.
한편 류현진이 리글리필드에서 기념이 될 만한 10승을 올린 것은 또 하나의 좋은 인연으로 생각할 수 있다. 리글리필드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린 곳이다. 지난 1996년 4월 7일 박찬호는 역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바로 이곳에서 컵스를 상대로 첫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박찬호가 거둔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출발점이 된 곳이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류현진의 10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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