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마음에 쏙 들진 않았죠." IBK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28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 컵대회 결승전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이겨 우승을 차지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외국인선수 얘기를 꺼냈다.
IBK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 팀 창단 이후 외국인선수로 알레시아 류글릭(우크라이나)과 두 시즌을 함께 했다. 알레시아는 장신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으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알레시아는 IBK 기업은행의 재계약 요청을 마다하고 다시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는 스위스리그 볼리 취리히와 계약했다. 알레시아가 떠나간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 감독은 오프시즌 동안 서너 명의 외국인선수를 직접 불러 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이 감독은 "가장 마지막으로 본 선수로 낙점했다"며 "알레시아와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름을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주인공은 올레나 소콜로브스키다. 1986년생으로 신장은 192cm다. 알레시아와 견줘 4cm 작다.
이 감독은 입단 테스트를 위해 팀을 찾은 올레나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상태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했다. 외국선수들은 국내선수들과 견줘 비시즌 특히 여름철에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쉴 때 확실히 쉬면서 휴가를 즐기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감독은 올레나의 마인드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선수들과 3일 동안 함께 운동을 하는데 힘들어하는 내색 한 번 없었다"며 "만약 알레시아였다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올레나가 또 한 가지 점수를 딴 부분이 있다. 바로 식성이다.
입이 짧은 편에 속하던 알레시아와 견줘 올레나는 처음 접한 한국음식도 곧잘 먹었다. 이 감독은 "된장찌개부터 반찬 등 가리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과 똑같은 식단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배구를 접한 경험도 이 감독은 높이 샀다. 올레나는 지난 시즌 일본 아에고 메딕스에서 뛰었다. 일본 V 프리미어리그(1부) 소속은 아닌 2부리그 팀이다.
이 감독은 "일본 2부리그라고 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수비력은 국내 V리그와 견줘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선 부분도 있다.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들을 주로 상대했기 때문에 V리그에서 어떤 공격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소속팀의 2부리그 우승을 이끈 올레나는 일본에 오기 전에는 터키리그에서 뛴 적이 있다.
김연경이 뛰고 있는 페네르바체를 비롯해 갈라타사라이, 에작시바시와 더불어 리그 '빅4'에 속한 바키방크 유니폼을 입었다.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클럽 월드챔피언십에도 출전했었다.
이 감독은 "국제적으로 이름이 크게 알려지거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지는 않지만 올레나가 알레시아의 빈자리를 잘 메워줄 거라고 기대한다"며 "원래는 선수단 휴가가 끝나는 8월 4일 팀에 합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올레나가 확실히 몸을 만든 뒤 오겠다고 해서 그 시기를 조금 뒤로 미뤘다"고 밝혔다. 올레나는 8일 입국해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정규리그 개막까지 2개월 동안 제몫을 충분히 하는 선수로 바꾸겠다"고 자신했다. 터키나 일본에서 경험하지 못한 강훈련을 예고한 셈.
한편 올레나는 이 감독에게 "엄마는 결코 울지 않는다. 걱정 마라"라는 얘기를 전했다. 올레나는 축구선수 출신 남편과 아들을 두고 있는 기혼자다. 이 감독은 "눈물이 많은 편이던 알레시아보다 인성만큼은 더 강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올레나와 함께 훈련을 했던 김희진도 "함께 운동을 한 기간이 짧아 뭐라 얘기할 순 없다"며 "처음부터 선수들과 융화하려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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