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주키치는 안고 간다."
벤자민 주키치(31)가 계속해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뛴다. 김기태 감독이 못을 박았다.
김 감독은 23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키치의 교체설을 반박했다. 김 감독은 "안 바꾼다. 안고 가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은 뒤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주키치는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벌써 2군행만 세 번째. 주키치의 올 시즌 성적은 14경기 등판해 4승6패 평균자책점 5.70이다. 지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구단도 주키치의 교체를 고려했다. 그러나 결론은 '안고 간다'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김 감독은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가 그동안 보여준 성적, 두 번째가 인간적인 신뢰다. 김 감독은 "찬반론이 많았다. 여기저기 연락도 많이 받았다"며 "3년 동안 보여준 업적도 있고, 인간적인 도리로도 그렇다"고 주키치를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이 말한 '3년 간 보여준 업적'은 곧 기대감이다. 올 시즌을 포함해 주키치는 국내 무대에서 총 25승을 올렸다. 현재 구위가 떨어져 있지만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다음에 말한 '인간적인 도리'는 평소 김 감독의 스타일을 대변한다. 김 감독은 선수와의 신뢰를 최우선시 하는 사령탑이다. 지난 2년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준 주키치를 반 시즌 정도 부진했다고 시즌 도중 교체한다는 것은 김 감독이 생각하는 신뢰와 어긋난다.
하지만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법. 팀 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다면 과감히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 팀에는 도움이 된다. 실제 LG 구단도 교체를 고려했다. 문제는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다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주키치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전반기를 2위로 마치며 그 어느 때보다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LG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주키치의 거취까지 결정됐다. 현재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키치가 사령탑의 신뢰에 보답하며 보란 듯 부활투를 펼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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