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8차전 동안 축구팬들의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6차전 레바논전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치면서 십자포화를 맞았고 8차전 이란전에서도 끝내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지 못하며 '유종의 미'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어렵게나마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이동국도 분명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동국에게는 '최강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최종예선 내내 최강희 감독의 혜택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2009년부터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애제자나 아들이라는 표현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이동국은 최종예선이 끝난 후 조용히 전북으로 돌아왔다. 최 감독도 전북 복귀 예정이지만 6월 말까지 대표팀과 계약이라 바로 전북의 훈련을 지도하기에는 모양새가 이상해 휴가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이동국은 최종예선 후 올스타전을 소화했고, 팀으로 복귀해서도 곧바로 휴식 없이 경기 출전을 준비했다. 그에게는 대표팀에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말없이 훈련을 소화한 이동국은 칼을 갈았다. 훈련량을 줄이기는 했지만 특히 슈팅에 공을 들였다. 그 사이 A대표팀 사령탑이 홍명보 감독으로 바뀌었고, 홍 감독이 그의 재발탁에 대해 확실한 의견을 표시하지 않아 대표팀내 입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동국은 와중에도 훈련에만 집중했다.
팀 복귀 후 26일 수원 삼성과 치른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는 이동국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 전 이동국은 취재진을 보자 미소를 보였다. 여유가 넘친다는 표정이었다.
경기에서는 열정적으로 뛰며 골 사냥에 집중했다. 슈팅 기회가 오면 발을 뻗었고 전방에서 몸을 던지며 수비에 집중했다.
그의 골 본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1-1로 맞서던 전반 33분에 첫 골이 나왔다. 케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머리로 떨어트린 볼을 수비수 곽광선을 등진 상태에서 왼발 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멍하니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동작 자체가 기가 막혔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수비 뒤로 파고들어 이승기의 패스를 받은 뒤 침착하게 골을 터뜨리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팀이 3-5로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골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동국의 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던 수원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은 아쉽게 4-5로 패했지만 이동국의 활약만은 내세울 만했다.
이동국은 전매특허인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는 등 두 골을 성공시키며 골 갈증을 풀었다. 대표팀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히 경기력은 살아있음을 스스로 확인시킨 셈이다. 또, 새로 대표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에게도 공격 옵션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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