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참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신 절묘한 비유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어린 왕자' 구자철(24, 볼프스부르크)이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8차전에 대표선수로 선발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구자철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포츠 용품 브랜드 아디다스와 스폰서십 연장 계약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날 이란과의 8차전을 뛴 손흥민(레버쿠젠)과 동석한 구자철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며 스폰서십 계약 연장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생활을 마친 구자철은 원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한다. 당장 마인츠 등 몇몇 팀이 구자철을 노리고 있지만 볼프스부르크는 다음 시즌 계획에 구자철이 포함되어 있다며 놓아주지 않겠다는 태도다.
복잡한 상황 속 국가대표 제외에 대한 구자철의 입장은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였다. A매치 30회를 뛸 정도로 대표팀의 중간층으로 자리를 잡은 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를 이유로 구자철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이번 대표팀에서 나란히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최종예선 3연전 종료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나선 구자철은 "레바논전은 집에서, 우즈베키스탄전은 경기장, 이란전은 방송 프로그램 촬영 중간중간에 봤다"라고 전한 뒤 "다 보지는 못했다. 대표팀에 제외된 순간부터 다음 시즌 계획을 세웠다. 좋은 활약 보이고 싶고 더 준비를 잘해서 뛰고 싶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 응원만 열심히 했다"라고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구자철이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여론은 꾸준했다. 맏형 김남일(인천 유나이티드)의 부상, 박종우(부산 아이파크)의 경고 누적 등이 겹치면서 미드필드가 텅 비었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명주(포항 스틸러스)라는 보석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구자철, 기성용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다는 평가다.
여론을 읽고 있었다는 듯 구자철은 "나는 추가 멤버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대표팀에 중간 합류를 해서 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한축구협회와도 대화를 한 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표팀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지만 현재 전력이 최상인지,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새로운 감독과 다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구자철은 새로운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다.
회견 도중 깊게 숨을 내쉰 구자철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자서전을 보면 팀을 위해서 뛰는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온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거두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수비 방법을 알고 나가 경기장 안에서 실천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라며 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올림픽에서도 느꼈지만 세계 대회가 만만치 않다.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대표팀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한편, 후임 감독으로 유력한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는 "통화를 안 한 지가 오래됐다"라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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