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삼성 이승엽이 개인 통산 최다홈런 타이기록에 단 한 개 차로 접근했다. 그동안 약점을 보였던 만루 찬스에서의 부진도 벗어났다.
방망이의 힘이 심상치 않다. 이승엽은 휴식일 전이던 지난 8일까지 타율 2할3푼에 4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특히 해결사 능력의 지표가 되는 득점권 타율도 2할5푼8리에 그쳤다. 득점 찬스에서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는 이승엽을 두고 안팎에서 위기설이 나돌았다.
이승엽의 타격 부진은 그 무엇보다 홈런으로 벗어나야 한다. '국민타자'는 그렇게 했다.
이승엽은 14일 마산 NC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로 무려 6타점을 올리며 이름값을 해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나란히 뜬공으로 물러난 이승엽은 삼성이 2-4로 뒤진 5회초 1사 만루에서 NC 선발 찰리를 상대로 우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의 한 방으로 점수가 6-4로 뒤집히면서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결국 삼성은 이 때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고 점수차를 벌려 14-6으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2위 넥센이 5연패에 빠지면서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2경기로 벌어졌다. 한때 넥센에 밀려 2위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삼성은 곧 제자리를 찾았다.
이날 이승엽은 그동안 고전했던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이승엽은 만루 상황을 6차례 맞아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이 중 두 차례는 삼진을 당하면서 기대를 외면했다.
가장 최근 만루 상황은 이승엽에게는 '굴욕'적인 것이었다. 상대 투수가 이승엽 앞 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고 이승엽과의 승부를 택했던 것. 8일 대구 두산전, 1-1로 맞선 9회말 삼성이 1사 3루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두산 투수 홍상삼은 배영섭과 김상수를 연달아 고의 4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펼쳤다.
두산이 택한 타자는 3번타자 이승엽.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런 상황까지 맞은 것에서 이승엽의 최근 타격부진의 심각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승엽은 초구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되며 체면을 잔뜩 구겼다.
다음 정형식까지 삼진을 당하는 바람에 삼성은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를 날리고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두산의 '이승엽 앞 고의4구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이날 경기서 결국 삼성이 10회말 박한이의 끝내기 홈런이 터져 2-1로 승리했지만, 이승엽의 부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승엽은 이번 주중 나흘간 휴식기를 보낸 뒤 NC전에서 처음으로 맞은 만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타격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화끈한 만루홈런 한 방이었다.
시즌 5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350번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양준혁이 갖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351개)에 단 한 개 차로 다가섰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