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10년 만이네요."
수원 삼성 서정원(43) 감독은 안양종합운동장을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1992년 안양 LG에 입단한 후 1997년까지 몸담았던 곳이어서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프랑스로 진출했던 서 감독은 1999년 국내로 돌아오면서 수원에 입단했다. 이로 인해 그는 이적 분쟁에 휘말렸고 안양과 수원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데 불을 붙인 인물이 됐다. 그가 수원으로 옮긴 뒤 안양 팬들은 수원종합운동장으로 원정을 가 유니폼 화형식을 하며 배신자로 규정했다.
서 감독은 수원과 안양 양 팀에 모두 골을 넣은 유일한 선수였다. 수원 소속으로 안양에 3골, 안양 소속으로 수원에 2골을 기록하는 등 양 팀 역사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당연히 안양종합운동장은 그의 축구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장소가 됐다.
2003년 10월 8일, 서 감독은 수원 소속으로 안양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듬해인 2004년 안양이 서울로 연고이전을 하면서 FC서울로 팀명을 바꾼 뒤에는 더 이상 안양을 찾을 일도 없었다.
2013 FA컵 32강전을 위해 9년7개월여 만인 8일 안양종합운동장을 찾은 서정원 감독은 "감회가 새롭네요. 여기서 참 골 많이 넣었죠"라고 웃은 뒤 "개인적으로 10년 만에 왔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 뿐만 아니라 수원 프런트 대부분이 10년 만에 안양종합운동장을 찾았다. 당시 기자로 활동했던 수원 구단 최원창 홍보마케팅팀장은 "전에는 기자석이 오른쪽 구석에 있었는데 많이 달라졌다"라며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양은 수원과의 경기를 '10년 만의 라이벌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 안양은 2부리그인 챌린지, 수원은 1부리그인 클래식에 속해 있다. 이 때문에 안양과 수원을 잇는 1번 국도의 고갯길인 '지지대'에 빗대 지지대 더비의 부활이라는 안양의 마케팅에 대해 일부 수원 프런트는 "성격에 맞지 않다. 안양이 1부리그에 올라와야 구도가 맞지 않느냐. 챌린지에는 수원FC도 있고…"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양 팀 서포터는 경기 전 화해를 하며 '오리지널 클라시코(The Original Clasico)'라는 새로운 명칭을 합의해 발표했다. FC서울에 복수전을 치르고 싶은 안양과 현재 '슈퍼매치'로 서울과 K리그 최고의 라이벌이 된 수원의 이해 관계도 맞아 떨어지면서 '북벌연대'로 힘을 합치기로 했다. 두 도시의 북쪽에 있는 서울을 힘을 합쳐 이기자는 것이다.
서 감독은 이날 경기를 다소 편안하게 준지했다. 선수단도 정규리그보다는 힘을 뺀 1.5군급으로 구성했다. 올 시즌 강력하게 밀고 나오기로 한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포진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모두가 올 시즌 최소 1경기씩은 뛰게 됐다"라고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있음을 전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예상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후반 7분 안양의 정재용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간 것. 평일치고는 상당히 많은 1만1천724명의 관중이 찾아 목이 찢어져라 양팀을 응원하면서 경기 수준도 K리그 클래식 못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수원은 클래식 팀의 자존심을 지키며 역전승을 거뒀다. 10년 전 일을 떠올리게 하듯 또 다시 수원이 마지막에 웃었다. 2003년 10월 8일 두 팀이 만난 경기에서도 수원은 0-1로 지고 있다 나드손의 골로 2-1로 이겼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 0-1로 뒤지다 행운의 자책골과 서정진의 역전 결승골로 수원이 웃었다. 그야말로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딱 맞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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