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최강팀을 가리는 FA컵은 약팀이 강팀을 꺾거나 하부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제압하는 이변의 재미를 선사하는 대회다.
해외 빅리그에서도 이변이 자주 나온다. '칼레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4부리그 팀 칼레는 2000년 프랑스컵에서 결승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선수들 모두 생업에 종사하다 축구를 하는 순수 아마추어 팀이었고 결승전에서 FC낭트에 1-2로 패했지만 그들의 도전 정신만큼은 큰 박수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 올 1월에는 2012~2013 잉글리시 캐피털원컵(리그컵)에서 4부리그 소속의 브래드포드시티가 프리미어리그의 애스턴 빌라에 1, 2차전 합계 4-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라 큰 관심을 받았다. 1903년 창단한 브래드포드의 결승행은 처음이었다.
4부리그팀의 결승전 진출이 1961~1962 시즌 로크 데일AFC가 마지막일 정도로 뜻깊은 선전이었다. 브래드포드의 최종 성적은 기성용의 스완지시티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지역민들에게는 큰 축제였다.
캐피털원컵은 우리나라의 아마 팀까지 참가 가능한 FA컵과 달리 프로로 통칭하는 프리미어리그~4부리그까지 92팀이 모여 치르는 프로 리그컵이다. 그래도 수준차를 생각하면 약팀이 강팀을 꺾는 것 자체가 이변이다.
한국의 FA컵에서도 이변은 종종 나왔다. 1996년 1회 대회에서는 큰 이변이 없었지만 대충 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16강전에서 수원 삼성이 연세대에 4-3, 천안 일화가 이랜드에 3-2로 어렵게 이기는 등 눈길이 가는 경기들이 있었다.
1997년 실업축구의 주택은행이 1라운드에서 부산 대우를 2-1로 꺾으며 16강에 오른 뒤 중앙대를 3-2로 이기며 8강에 올라 돌풍을 일으켰다. 8강에서는 포항에 0-7로 대패했지만 이후 프로팀들에게는 FA컵에서 아마추어에 지면 망신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심어졌다.
이후 한동안 아마추어 팀이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경우는 없었다.
2005년 9회 대회에서 울산 현대미포조선(당시 내셔널리그)이 32강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더니 16강 대전 시티즌, 8강 포항 스틸러스, 4강 전남 드래곤즈를 모두 승부차기로 누르고 결승전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에 0-1로 패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승팀에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미포조선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후 2006, 2008년 고양 KB국민은행이 4강에 오르며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32강전부터 K리그 팀들이 주전을 대거 내보낸 뒤에는 이변이 많이 줄었다. 지난해엔 고양 KB국민은행이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는 어떨까? 쉽게 점치기는 어렵지만 이변 가능성은 존재한다. 8일 일제히 열리는 32강전에서 4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의 이천시민축구단, 전북매일FC 등이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에 도전한다. 대학 최강팀 연세대는 FC서울, 숭실대와 동의대가 각각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를 상대한다. 패기로 형님들을 압박하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 지 미리 짐작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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