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연패도 연패지만 당면과제를 잊어서는 안된다.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는 한화 이글스 이야기다.
한화는 개막 후 치른 11경기에서 모조리 패했다. 새로 부임한 김응용 감독의 개인 최다연패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역대 개막 최다 연패 기록(12연패, 2003년 롯데)에도 1패 차로 다가섰다.
모든 시선이 한화의 연패탈출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연패를 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팀 '리빌딩'이다. 한화가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이유도 팀을 새롭게 세워올리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리빌딩에서마저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스프링캠프에 타구단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인 7명의 신인들을 포함시켰다. 어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시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당시 캠프에 포함됐던 신인 중 현재 1군 엔트리에 남아 있는 선수는 포수 한승택과 내야수 조정원 뿐이다. 나머지 조지훈, 이충호, 송창현, 김강래, 김종수 등은 2군에서도 특출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군에 살아남은 한승택과 조정원도 신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한승택은 10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이 5푼3리(19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결국 한승택은 최근 2경기 연속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주로 2루수 백업 요원으로 나서고 있는 조정원 역시 타율이 1할1푼1리(9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신인들 뿐만이 아니다. 투타에서 기대를 모았던 2년차 선수들 하주석, 임기영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주석은 뒤늦게 1군에 올라와 2경기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시범경기까지 뛰어난 구위를 보였던 사이드암 임기영도 1군에서 21.60이라는 평균자책점을 남기고 2군에서 조정 중이다. 3년차 우완 투수 이태양이 3경기 4.1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제 1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점점 1~2년차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
그러나 부진한 선수들에게 젊다는 이유로 언제까지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현재 한화는 최악의 연패에 빠져 있다. 당장 연패 탈출이 시급하다. 여기서 한화 벤치의 딜레마가 생긴다. 연패에서는 벗어나야 하고, 리빌딩도 신경써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계속되는 연패가 리빌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패배가 계속되면 결국 승리를 위해 조금이라도 검증된 선수를 찾게 된다. 한화는 지난 주말부터 김경언, 최승환, 오재필 등 중고참들을 1군으로 불러올렸다. 2군으로 내려간 것은 박노민, 하주석, 양성우 등 유망주들이다.
물론 계속 패하는 가운데 팀을 재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연패 탈출, 또는 눈 앞의 1승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첫 승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팀을 바로 세우는 '리빌딩'에 있다. 위기일수록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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