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김학범 강원FC 감독은 성남의 '영웅'이었다.
지난 1998년 성남의 수석 코치로 성남과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은 2005년에는 성남의 감독이 됐다. 지난 2008년 성남을 떠날 때까지 김 감독은 코치로 3번, 감독으로 1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야말로 김 감독은 성남의 '황금기'와 함께 했다.
성남을 떠나 중국의 허난 감독 등을 거친 김 감독은 2012년 7월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자신의 친정팀 성남이 아닌, 위기의 강원 사령탑을 맡았다. 강원은 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스플릿 시스템에서도 강등권에 항상 머물고 있었다. 강원은 경험 풍부한 김 감독의 지략과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강원을 강등권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임무를 받고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 결국 김 감독은 약속을 지켜냈다. 치열한 강등권 싸움이 리그 종반까지 이어졌지만 김 감독은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두고 강원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강원의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지은 곳은 다름 아닌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이었다. 김 감독은 성남을 떠난 후 4년 만에 성남을 방문했고, 강원은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43라운드 성남과의 경기에서 백종환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강원은 승점 46점을 기록하며 대구에 패배한 광주(승점 42점)를 따돌리고 남은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 시즌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강원이 그토록 바랐던 1부 리그 잔류, 그리고 영광과 추억의 장소 성남에서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낸 김 감독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4년 만에 이곳에 다시 왔다. 입구가 왼쪽(홈팀)에서 오른쪽(원정팀)으로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좀 그렇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11년 동안 내가 몸담았던 팀이다"라며 친정팀 성남을 향한 복잡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어 김 감독은 "내가 지도할 때 제자로는 김철호밖에 선수로 남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과는 7년을 함께 했고 김도훈, 차상광 코치도 당시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구단 직원들도 당시 있었던 분들이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돌아온 고향같은 팀을 상대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성남에서 김 감독의 영광이 계속된 셈이다. 그리고 바뀐 것도 있다. 이제 김 감독은 성남의 영웅이 아니라 강원의 새로운 영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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