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1년 11월 25일은 대전 시티즌에 특별한 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에 올라 김은중의 결승골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우승은 감동적이었다. 골키퍼 최은성(현 전북 현대)이 전반전 도중 박태하(현 FC서울 코치)와 충돌해 광대뼈가 함몰될 만큼 치열한 사투 끝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은성은 당시 경기를 다 치르지 못하고 병원으로 후송돼 TV로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12년 11월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42라운드 광주FC와의 겨루기, 대전은 우승이 아닌 강등을 놓고 광주FC와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경기 전까지 대전은 승점 46점으로 여유가 있었다. 승리만 하면 강등 탈출이었다. 대전 유상철 감독은 "오늘 무조건 결정짓겠다"며 의욕을 다졌다. 자칫 비기거나 패하면 남은 두 경기에서 살얼음판 싸움을 해야 해 무조건 이기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41점으로 가장 불리했던 광주FC 최만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노숙자 등이 양산된 사회 문제를 거론하며 "노숙자들이 길거리에서 덮은 박스 두께의 차이에 따라 추위를 느끼는 것이 달랐다. 절실함을 느끼라고 전했다"라며 정신력 강화에 집중했음을 강조했다.
뚜껑을 연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시작부터 광주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4분 박기동의 슈팅이 신호탄이었다. 그러자 대전도 10분 이웅희, 11분 케빈 등이 골문을 노렸다.
결정적 기회는 한 번씩 있었다. 42분 복이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나오며 광주의 기회가 날아갔고 대전도 45분 케빈의 헤딩이 골문 위로 빗나가는 등 안타까운 공격이 계속됐다.
후반, 대전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5분 김형범의 코너킥을 김병석이 두 차례 슈팅해 맞고 나온 볼을 김창훈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뒷심이 좋아진 광주는 27분 주앙 파울로가 안동혁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따라붙었다.
이후 경기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빠른 공수 전환이 계속됐지만 어느 누구도 골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1-1로 비겼고 양팀은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대전이 47점으로 13위를 유지한 가운데 상주 상무의 잔여 경기 포기로 승점 3점을 얻은 강원FC가 43점으로 14위, 광주가 42점으로 15위가 됐다. 남은 두 경기에서 강등 1팀이 가려지게 됐다.
한편, 같은 그룹B(9~16위)의 또 다른 경기인 대구FC-인천 유나이티드전은 2-2로 종료됐다. 대구는 대구 스타디움에서 인천에 전반 3분 이규로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14분 이지남의 동점골로 1-1을 만들었다. 25분 이보에게 실점해 전반을 1-2로 마쳤지만 후반 42분 김유성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구는 58점으로 10위를 확보했고 인천도 17경기 무패(10승7무)를 이어간 가운데 그룹B 선두인 9위를 지켜냈다.
그룹A(1~8위)에서는 수원 삼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부산 아이파크를 불러들여 2-1로 승리하며 내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경찰청에서 전역한 김두현은 전반 34분 복귀골을 터뜨리며 출전권 획득을 자축했다. 수원은 73점으로 포항 스틸러스(71점)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복귀했다.
포항은 포항 스틸야스에서 경남FC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3-3으로 비겼다. 박성호가 전반 12분, 22분 두 골을 넣으며 제 몫을 했지만 후반 경남에게 연이어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포항의 신인왕 후보 이명주는 1골 1도움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한 울산 현대는 제주 유나이티드전에 주전 멤버를 내세워 2-2로 비겼다.
전반 추가시간 송진형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분 고슬기의 동점골로 1-1을 만들었다. 19분 허재원에게 역전골을 허용했지만 30분 이승렬이 김신욱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으며 승점 1점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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