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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우승에 축구 인생 건 김호곤 감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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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마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사람 같은 출사표였다.

울산 현대 김호곤(61) 감독은 K리그 16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나이가 많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코치, 2004 아테네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첫 8강을 이끄는 등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지도자 경력을 보유한 김 감독은 울산을 이번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으며 우승을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올 시즌 울산은 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모두 순항해 트레블(3관왕)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경남FC와의 FA컵 4강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욕심을 버렸다. 정규리그도 1위 FC서울(승점 80점)과 무려 21점의 차이로 벌어져 우승 꿈을 접었다.

김 감독이 남아 있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40년 축구 인생을 건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분요드코르와 4강 2차전에서 이기며 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은 몰랐겠지만 정말 많이 긴장하고 떨었다"라며 이 대회 우승에 큰 애착을 드러냈다.

1일 울산의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은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많이 했다. 그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이) 지도자 생활 중 가장 큰 대회"라며 강하게 의미를 부여한 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고 싶다. 축구 인생에 멋있는 장면을 꼭 만들고 싶다"라고 우승 의지를 다졌다.

경상남도 통영 출신인 김 감독은 부산 동래고 졸업 후 연세대로 진학하면서 잘 나가는 축구 열차에 탑승해 그의 표현대로 '앞만 보고' 달렸다. 그는 "1년을 제대로 쉬어 본 일이 없었다. 축구만 해서 사회 돌아가는 것도 잘 파악을 못 한다"라며 이제는 축구 밖 삶에 눈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종의 미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의중을 드러냈다.

당연히 결승전에 나서는 자세도 '비움'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결승전은 여러분 마음대로 하라고 전했다"라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달린 선수들을 믿고 자신은 벤치에서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08년 12월 울산과 2년 계약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년 더 연장해 다음달로 계약이 종료된다. 구단 측은 재계약과 관련해 "아직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결승전 뒤에 해도 늦지 않다"라며 관망했지만 성과를 내고 있는 감독에게 특별한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김 감독은 "결승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구단과도 아직 (재계약)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라며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김 감독과 오래 교류했던 한 지인도 그의 진로가 유동적이라고 보면서 "사석에서 만나면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정도로 애착이 심했던 사람"이라며 "마치 우승을 이뤄놓고 감독직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처럼 보이더라"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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