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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투수 대타' 김기태 감독, 왜 언짢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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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기자] "응원해주시는 팬들한테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경기 전 김기태 감독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경기 마지막에 보여준 장면은 분명 승부를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김 감독이 가장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 단어인 '포기'. 김 감독은 왜 그랬을까.

12일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LG와 SK의 경기. LG는 0-3으로 뒤지던 9회말 투아웃 이후 정성훈이 바뀐 투수 이재영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출루하며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피웠다. LG 벤치는 정성훈을 대주자 양영동으로, SK 벤치는 이재영을 '마무리' 정우람으로 교체했다.

그러자 LG가 대타 카드를 꺼냈다. 박용택의 타석에 생소한 이름의 타자(?)가 들어섰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7순위로 입단한 투수 신동훈이었다. 타석에 들어서 미동도 하지 않던 신동훈은 정우람의 공 4개를 지켜본 뒤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걸로 경기는 끝이었다.

◆이재영의 투입이 화근?

가장 먼저 생각해볼 부분은 SK의 9회말 이재영 구원 투입이다. 이재영은 지난 2일 두산전 이후 일주일간 등판이 없었다.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을 제공한 것이다. 오랫동안 등판이 없었던 이재영의 이날 LG전 등판은 컨디션 점검의 성격이 짙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이재영은 첫 타자 이진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투아웃째를 잡아냈다. 경기는 그대로 이재영이 끝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성훈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SK는 다시 투수를 정우람으로 바꿨다. 이후 경기는 신동훈의 삼진으로 SK의 승리로 끝났다.

김 감독은 이재영과 정우람의 연속 투입에 기분이 언짢았을 수도 있다. 컨디션 점검이 필요한 투수와 경기를 걸어 잠그기 위한 투수가 연속해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이재영이 맞아도 정우람이 있으니 괜찮다는 자신감 넘치는 SK 벤치의 의도가 김 감독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을 가능성이다.

◆SK 벤치의 선수 기록 챙기기?

이날 경기 기록지를 살펴보면 SK의 투수 기록에 W(승), H(홀드), S(세이브)가 모두 표시돼 있다. 7.1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윤희상은 당연히 승리투수가 됐고 박희수가 홀드, 정우람이 세이브를 각각 챙겼다. 이것이 김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다.

홀드를 따낸 박희수의 등판은 갑작스러웠다. 78개의 투구수로 7.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봉 페이스를 보이던 윤희상이 갑자기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며 강판했기 때문이다. 8회말 1사 후 구원 등판한 박희수는 첫 상대 대타 윤정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8회를 끝냈다.

이후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마무리 정우람이 올라오거나 박희수가 경기를 끝내는 것이다. SK 벤치의 선택은 박희수를 계속 마운드에 세우는 것이었다. 박희수는 9회말 첫 상대로 대타 최동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 때까지 박희수의 투구수는 불과 11개였다. 다음 상대도 좌타자 이진영이었다. 박희수는 계속 던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SK 벤치는 이재영을 등판시켰다. 그리고 정성훈의 2루타 후 다시 정우람이 등장해 경기를 끝냈다. 그 결과 박희수에게는 홀드가 주어졌고, 3점 차 주자 2루 상황에서 등판한 정우람은 세이브 요건이 성립돼 두 선수 모두 기록을 챙겼다.

◆LG 선수단에 전하는 메시지

그러나 상식적으로 SK 벤치의 이날 투수 교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재영은 통증이 있기 전까지 SK 불펜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선수였다. 컨디션 조절을 위한 등판일지라도 필승조가 등판했다는 개념에서 이해하면 이날 등판이 이상할 것도 없다. SK 벤치가 선수 기록을 챙겨주기 위해서 투수 교체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불과 3점 차라 승부가 어떻게 뒤집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LG 선수단 내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날 LG는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과 두 번째 실점이 모두 실책에서 비롯됐다. 오랜만의 3연승을 달리며 달아오른 분위기가 연속 실책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공격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5회부터 9회까지 단 한 명의 선수도 1루를 밟지 못했다. 특히 7회말 공격에서는 윤희상의 공 5개에 아웃카운트 3개를 소진했다. 박용택과 정의윤이 2구째를, 김용의가 초구를 공략해 아웃당했다. 윤희상의 공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LG 선수들에게서 승리 의지가 느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한다면 감독도 이렇게 포기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선수들을 자극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타를 낸 시점을 생각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굳이 9회말 2아웃 이후에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선수 기용을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해불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이래저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후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13일 SK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진의를 밝힐 것인가.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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