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36년이나 기다렸다. 36년의 한을 풀고자, 36년 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얻고자 했다. 단 한 경기만 이겼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36년을 기다리면서 얻어낸 기회였지만 그 기회를 살려내지 못했다. 눈앞에 다가온 듯했던 영광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36년 만에 동메달 획득을 바랐지만 '숙적' 일본에 패배하며 아쉽게도 메달의 꿈을 다음으로 연기해야 했다. 11일 한국은 일본과의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배했고 동메달의 꿈은 사라졌다.
'맏언니' 이숙자(32, GS칼텍스)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36년을 기다렸지만 눈앞에서 동메달을 놓친 허탈감, 대표팀 '맏언니'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것만 같은 아쉬움이 이숙자의 눈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이숙자는 "경기가 안 풀렸다. 상대가 우리를 잘 분석한 것 같다. 올림픽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들었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 같다. 힘들게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숙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큰 상실감이 그녀를 덮쳤는지 알 수 있었다.
울먹이던 이숙자는 겨우 말을 이었다. 이숙자는 "살면서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눈물로 쏟아져내린 것이다.
이숙자는 그만 눈물을 멈춰도 된다. 다음이 있다. 4년 후 올림픽은 다시 열린다. 그 때 40년 만의 메달을 목에 걸면 된다. 이숙자가 다음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눈물을 멈춰도 된다.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해줄 것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통해 한국 여자 배구는 진화한 모습을 뽐내며 어려워 보였던 4강 신화를 일궈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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