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스크린의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은 지금까지 흥행 연타를 날린 드문 흥행사다.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얻으며 흥행과 평가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잡았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에 이어 '도둑들'을 내놓은 최동훈 감독은 쟁쟁한 톱스타들을 거느리고 100억원대 범죄 액션물을 선보였다. 이 좋은 배우들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관객에게 제공한 것은 최동훈 감독의 인덕이자 능력이다.
내로라 하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을 수 있었던 최 감독의 힘은 무엇일까. 그동안의 작품이 주는 신뢰와 배우들에게서 또 다른 색깔을 끄집어내는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큰 몫을 했지만, 그보다 더 그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상대방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눈빛을 반짝이며 면밀한 관찰력을 보여주는 최동훈 감독은 재미난 이야기꾼이자 대화상대였다. 그리고 상대의 말에는 긍정의 답을 내놓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펼칠 줄 아는 인간미를 가졌다.
최 감독과 일한 배우들은 그를 가리켜 '즐거운 수다쟁이', 여배우에게는 언니같고 남자배우에게는 동년배 친구같으며 선배배우들에게는 귀여운 애교쟁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남자라면 누군들 함께 작업하고 싶지 않을까. 많은 배우들이 그를 함께 하고 싶은 감독으로 첫 손을 꼽는데는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함께 인간미도 큰 작용을 했을 듯 하다.
개봉 일주일이 채 안돼 300만 관객을 모은 '도둑들'은 올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이자 흥행 예상작으로 꼽혀왔다. 그 화려한 면면만큼이나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는 '도둑들'은 할리우드 대작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누르고 연일 흥행 정상을 지키고 있다.
천만 흥행이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에 최동훈 감독은 "흥행에 대한 예상은 감독에게는 너무 가혹한 질문이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흥행 성공보다는 많은 예산이 든 작품인만큼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들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얼마나 관객이 들 것 같냐는 말은 감독에게는 '아버지가 몇살까지 사실 것 같냐'는 물음처럼 비극적이에요. 사실 이 영화는 제가 제일 많이 봤을 거에요. 후반작업까지 100번은 봤을 거에요. 그런데도 전 '도둑들'이 재밌어요. 관객들은 저만큼은 아니겠지만 두번 봐도 재밌다고 느꼈으면 해요. 세월을 오래 견뎠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거죠."
"천만 관객이라는 말은 너무 먼 얘기 같아요. 천만 흥행을 하려면 한국 사람 중에 다섯은 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건데, 참 어려운 일이죠. 지금으로서는 '타짜'를 넘기는 것이 목표에요. '타짜' 때는 어안이 벙벙했어요. 1년 프로야구 관객수보다 많은 관객이라니, 믿기지 않았죠. 투자사 쇼박스도 잘 돼야 하고 배우들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영화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최동훈 감독은 얘기의 소재나 대사를 일상 곳곳에서 얻는다고 한다. 휴식시간에 주로 찾는 당구장은 대사의 보고(寶庫). 당구를 치다가도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재미있는 말은 바로 메모한다고 한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 때문에 한 작품을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최 감독은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글로도 연출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둑들'의 일정이 종료되면 좋은 시나리오를 찾는 일에 나설 생각이라고.
이번 영화가 공개된 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예니콜' 역의 전지현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죽인다"라고 표현했다.
"전지현씨는 우연히 사석에서 봤는데, 눈도 못 마주쳤지만 '죽인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왈가닥에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더군요. 실제 전지현씨는 너무 웃긴 사람이에요. 전지현의 실제 모습을 본 감독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무조건 캐스팅했을 거에요."
전지현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 대한 최 감독의 애정은 극진하다. 배우들에 대해 아낌없는 애정과 칭찬을 퍼붓는 그는 "내 후진 대사를 멋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배우들"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화제가 된 '썅년' 대사는 그냥 쓴 건데 전지현이 뱉으니까 너무 찰지고 멋있는거에요. 좋은 대사를 후지게 만드는 것도 배우고 후진 대사를 좋게 만드는 것도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대사를 칠 때 마법이 일어나죠. 내가 쓸때는 후짐의 극치였던 대사가 배우의 입을 통해 나올 때 너무 훌륭해지는, 그런 마법이 일어나는 거죠."
최동훈표 범죄영화 삼부작의 완결판이라고 불리는 '도둑들'을 내놓고 최동훈 감독은 "은근한 압박이 느껴진다"며 "이젠 범죄 영화 아닌 다른 걸 찍어야 할 것 같아서 부담된다"고 속내를 밝혔다.
"다음 영화는 뭘 찍을지 고민 중"이라는 최동훈 감독이 차기작은 다른 작가의 시나리오로 작업할지,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 관객을 찾아올지도 궁금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