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돌아온 4번타자' 김태균(30, 한화)이 그야말로 무결점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균은 8일 대전 KIA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타율은 4할6푼4리(84타수 39안타)까지 끌어올렸고, 4호 홈런으로 홈런 더비에서도 공동 6위까지 뛰어올랐다. 안타 39개(1위), 장타율 6할5푼5리(3위), 출루율 5할4푼9리(1위) 등 흠잡을 데 없는 성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성적은 타율이다. 2위 이승엽(3할4푼9리)과는 1할이 넘는 차이를 보이며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아직은 한화가 2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고 시즌 초반이지만 페이스가 워낙 좋다 보니 조심스럽게 4할 타율 달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균은 올 시즌 24경기에 출장해 그 중 13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전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3안타 경기도 4번이나 했고, 지난 4월12일 두산전에서는 4안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반면 안타가 없었던 적은 4경기뿐이었지만, 그 때마저도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는 성공했다. 즉, 김태균이 올 시즌 출루에 실패한 경기는 단 한 번도 없다는 뜻이다.
김태균은 기본적으로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컨택에 중점을 둔 스윙으로 워낙 힘이 좋다 보니 잘 맞으면 홈런으로 연결될 뿐이다. 김태균은 최대한 중심을 뒤에 놓고 스트라이드(타격 시 발을 내딛는 동작)가 거의 없는 타격 폼을 갖고 있다. 공의 변화를 최대한 오래 볼 수 있는 타격 폼으로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김태균이기 때문에 가능한 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단 1명뿐이다. 프로 원년이던 1982년 MBC 청룡의 선수 겸 감독으로 뛰었던 백인천이 4할1푼2리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당시에는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지 않았고, 경기 수도 적었다. 백인천 역시 72경기 250타수에 들어선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기록의 가치가 반감된다.
백인천 이후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던 타자는 이종범(전 KIA)이다. 이종범은 1994년 104경기를 치를 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결국 3할9푼3리의 타율로 시즌을 마치며 아깝게 꿈의 기록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이종범의 타율은 아직까지 원년 이후 한 시즌 최고 타율로 남아 있다.
이종범 다음으로는 1992년 이정훈(빙그레)이 57경기까지 4할3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다음이 2009년 페타지니(LG)로 56경기를 치르는 동안 4할2리의 타율을 유지했다.
매년 시즌 초반까지는 4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그러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3할대로 내려앉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긴 시즌을 보내다 보면 슬럼프를 겪기도 하고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도 생긴다. 그런 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4할 타율을 이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태균에게도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그러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4할대 중반을 훌쩍 뛰어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해도 4할 타율을 유지할 정도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김태균의 타격감이라면 갑작스런 부진에 빠질 일도 없어 보인다.
지난 30년간 구경해 보지 못한 4할 타율에 김태균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올 시즌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가 제공된 셈이다. 15억원의 최고 연봉이 아깝지 않은 김태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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