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해 전적은 비정상적이었지요. 그렇게 차이 날 전력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균형을 맞출 겁니다."
17일 잠실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를 앞둔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5승1무13패로 일방적으로 밀렸던 삼성전 성적이 올해는 다를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두산은 삼성에 비해 다소 처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어수선했던 지난 해에 비해 여러모로 안정된 올 시즌이지만 그래도 전력의 차이는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인 전망이 반드시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 법. 삼성은 초반 슬럼프에 빠져 있고, 두산은 경기 전까지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연승이 없지만 연패도 없지 않느냐"며 현재까지 진행 과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가 하나 있다. 1회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다. 초반 대량득점에 성공할 경우 경기가 아주 쉬워진다. 리드한 팀은 타자는 물론 투수들도 신이 난다. 웬만해선 뒤집히지 않는다. 반면 상대팀은 죽을 맛이다. 따라잡기에도 벅찬 점수를 경기 시작하자마자 허용하면 분위기가 확 가라앉는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지난 시즌 전적은 일방적이었지만 만나기만 하면 열전을 펼친 두 팀의 맞대결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너무 일찍 승부가 갈려 싱거웠다.
경기는 1회만 보면 충분했다. 두산은 1회에만 무려 8점을 올리며 삼성 덕아웃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본부석의 삼성 임원들이 앉은 자리에도 침묵만 가득했다.
두산은 주로 하위 타선에 나선 손시헌을 2번타자로 전진배치한 게 적중했다. 지난해 단 3차례만 2번타자로 나섰던 손시헌은 중책이 주어지자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해냈다.
1사 후 손시헌이 삼성 선발 장원삼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뽑아내자 후속 김현수는 볼넷을 얻었고, 김동주가 좌전안타로 손시헌을 불러들여 1-0. 계속된 1사 1,2루에서 최준석은 장원삼의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를 힘차게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스리런포.
기세가 오른 두산은 장원삼의 제구 난조로 이어간 1사 만루에서 정수빈이 2타점 2루타를 때려냈고, 타자일순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선 손시헌 또한 적시타로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1회에만 안타 2개를 치며 2타점을 올린 손시헌은 흔치 않은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나머지는 마운드의 몫이었다. 선발 임태훈은 1회초 제구 난조로 볼넷 2개를 내줬을 뿐 이후 특별한 위기 없이 5회까지 순항했다. 3회와 5회에는 삼진 1개씩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가볍게 끝냈다. 이날 기록은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임태훈에 이어 이혜천, 고창성, 노경은, 프록터가 나머지 4이닝을 합작해 막았다
삼성은 9회초 이승엽와 3루타와 김헌곤의 내야땅볼로 1점을 얻어 영패를 면했을 뿐 대세를 뒤집을 순 없었다. 최종 스코어는 9-1 두산의 승리.
삼성은 선발 장원삼이 1이닝 6피안타 3볼넷 8실점한 탓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했다. 장원삼은 1회에만 공 53개를 던지고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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