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이순재가 브라운관 속 두 얼굴로 시청자를 만난다. MBC '더킹 투하츠'에서 왕실 비서실장을 연기중인 그가 오는 16일 첫 전파를 타는 SBS 플러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옥수동 무법자' 김만석으로 변신하는 것.
지난 2011년 영화로 만들어진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드라마로 새롭게 선보이면서 이순재는 영화에서와 동일한 인물을 다시 한 번 연기한다. 노년에 만난 두근대는 사랑의 감동을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도 전한다는 포부다.
이순재가 한국 드라마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같은 시기 상반된 두 역할로 안방을 찾는 그의 모습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은 연기 열정을 대변한다.
현재 이순재는 '더킹 투하츠'에서 뛰어난 두뇌와 인품을 갖춘 비서실장 은규태로 분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은규태는 최연소 대법관 출신으로 30대 나이부터 왕실 업무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은규태는 한없이 완벽해 보이지만 자신과 똑같이 왕실에 남으려는 아들에게 못내 아쉬움을 느끼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극중 조용한 카리스마로 은규태의 내면을 연기하며 변함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이순재가 이번엔 사랑에 빠진 이웃집 할아버지로 돌아온다. 큰 인기를 누렸던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인간적인 할아버지가 다시 떠오르는 캐릭터다.
김만석은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젊은이를 찾아가 메가폰을 들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경찰을 피해 벽 뒤에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재기 넘치는 인물.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내와 사별한 후 '덤으로 사는 인생' 삼아 일상을 지내다 어느날 언덕길에서 파지를 줍는 송이뿐(정영숙 분)를 만난 뒤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과거 사랑했던 여인이 미국에서 보낸 소포를 기다리고 눈물의 답장을 쓰기도 하던 '하이킥'의 순재가 더 지고지순해진 셈이다. 감동에 소소한 웃음을 더한 드라마지만 이쯤 되면 정통 멜로의 밀도까지 느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그대를 사랑합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순재는 '고령에도 끊임없는 연기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역을 주니까"라고 답하며 웃어보였다. 농담처럼 겸손한 답을 내놨지만 여든을 바라보는 배우가 쉬지 않고 팔색조 연기를 펼치는 일은 흔치 않다.
유일함에서 오는 노배우의 존재감이 새 드라마에서는 또 어떤 빛을 발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