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공격수는 말이야,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연습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4) 감독은 갖은 지적을 쏟아냈다. 동료의 플레이를 보면서 뭔가 깨닫고 잘못된 점은 똑같이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포항은 지난달 말부터 제주도 서귀포에 동계 2차 훈련 캠프를 차렸다. 다른 팀들과 달리 이번 달 18일 홈에서 촌부리(태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가 잡혀있어 대학팀들과 잦은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제주를 찾은 대학팀 사이에서 포항은 괴력의 프로팀으로 소문나 있다. 경기만 했다 하면 기본이 다섯 골 이상이다. 포항은 첫 상대였던 중앙대를 6-1로 꺾더니 8일 효돈구장에서 다시 만나 8-1로 물리쳤다. 가장 적게 골은 넣은 스코어가 2-0이었다. 8골은 서귀포에 입성한 이후 한 경기 가장 많은 골이었다.
자연스럽게 제주에서 전훈 중인 강원FC, 대전 시티즌, 울산 현대는 포항과 비교 대상이다. 모 대학 감독은 "포항은 정말 짜임새가 있는 것 같다. 무섭다 못해 매섭다. K리그 우승후보다"라고 치켜세웠다.
공격진의 골 경쟁은 거침없다. 대전에서 영입한 박성호를 시작으로 김진용, 노병준, 조찬호, 지쿠, 김찬희, 황진성 등이 연일 화력을 뽐내고 있다. 데렉 아사모아가 아직 조용하지만 언제든 한 방 터뜨릴 기세다.
개성이 강한 공격진이 집합해 있다 보니 포항의 공격 루트도 다양하다. 패스로 상대의 압박을 무너뜨리는 것은 기본, 중앙이 막히면 풀백들이 거침없이 오버래핑에 나서 중앙으로 가로지르기를 시도해 동료의 머리에 정확히 볼을 배달하는 등 황선홍식 공격 축구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황 감독은 엄살이다. 그는 "8골보다 1실점이 문제다. 대학팀들의 전력이 프로를 따라올 수 없으니 골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실점이다. 수비진이 좀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수비진이 흔들리면 더욱 공격을 강화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황 감독의 1차 전략이다. 중앙대와의 연습경기에서도 공격수들의 실수는 어김없이 지적 대상이었다.
황 감독은 "공격수는 큰 것을 얻으려면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우리 공격진은 다소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라고 정신교육 중이다.
외국인 선수라도 사소한 잘못은 절대 넘기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 못하고 심판에게 쓸데없이 항의를 하는 아사모아는 나영준 통역사를 통해 "플레이가 제대로 됐으면 항의할 일이 없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나오면 벌금을 매길 수도 있다"라며 엄포를 놓았다.
선수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촌부리전은 지나가는 과정으로 여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초점은 3월 3일 라이벌 울산 현대와의 K리그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황 감독은 "촌부리전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편하게 여겨야 한다. 괜한 데 힘을 쏟다가 정규리그를 망친다"라며 마음을 비우고 챔피언스리그 PO를 통과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무관에 그쳤던 것은 잊었다. 황 감독은 "지쿠가 참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골도 재치있게 넣는다. 수비력만 갖춰지면 될 것 같다. 박성호도 기대하고 있다"라며 실속있는 공격진으로 무관의 한을 풀고 더블(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낼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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