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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이승기 "2년차 징크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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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신인상 시상이 시작된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신인왕 대부분은 '2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출전 기회나 공격포인트가 줄어드는 현상이 종종 목격됐다.

최근에는 2009, 2010년 신인상을 수상했던 김영후(경찰청)와 윤빛가람(성남 일화) 정도가 다음 시즌 성적에 큰 차이가 없었을 뿐 상당수는 골이나 도움 수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대의 견제를 받거나 부상으로 시즌을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잦은 각급 대표팀 차출도 여기에 한 몫 했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두 번째 시즌을 '겸손'하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경기력을 그라운드에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인상을 차지한 광주FC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공격수 이승기(24)도 올 시즌 욕심을 버리고 겸손함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승기는 지난해 27경기에 나서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라이벌 고무열(22, 포항 스틸러스)을 따돌리고 신인왕에 올랐다. 기록에서는 고무열이 28경기에서 10골 3도움으로 앞섰지만 선발 풀타임은 이승기가 월등하게 많았다.

칼바람이 부는 지난 13일 전라남도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잔디 운동장에서 만난 이승기는 연세대와의 연습경기에서 1골을 넣으며 3-2 승리를 도왔다. 동계훈련에서 처음으로 골을 넣었지만 상대 수비를 두고 넣은 골 감각은 칭찬받을 만했다.

이승기는 지난해보다 올 시즌 출발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지난해는 팀 창단 후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 제대로 조직력을 다지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른 것 같다. 여러 부문에서 잘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인상을 받으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하지만 이승기는 마음 다스리기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 축하전화가 쏟아졌지만 그뿐이었다. 대신 칭찬을 리듬 삼아 자신있는 플레이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칭찬을 받으면 자신있게 플레이를 한다. 그럴수록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절대로 거만해지면 안된다"라며 마인트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흔들림 없는 겸손에는 최만희 감독의 정신교육(?)이 한 몫 했다. 최 감독은 수시로 이승기에게 프로의 자세를 설명하며 마음 다스리기에 나서고 있다. 최 감독은 2000년 전북 현대를 맡았을 당시 신인상을 품에 안았던 양현정을 예로 든다고 한다.

양현정은 그해 6골7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에 첫 FA컵 우승을 안겼다. 당시 경쟁자는 김남일, 김대의, 이관우, 이영표 등 쟁쟁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부상에 시달리며 조용히 잊혔다. 최 감독은 "정말 아까운 친구다. 재능이 뛰어났는데 지도자 입장에서는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승기에게도 늘 이야기를 해준다"라고 전했다.

최 감독의 생각에 이승기도 동감한다. 그는 "감독님이 운동 방법이나 공격 전개 등 모든 것을 세밀하게 가르쳐주신다. 그래도 골이나 도움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신인상은 광주FC 모두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격진을 구성하는 김동섭, 박기동, 주앙 파울로 등이 도우미였다는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올 시즌을 준비하는 이승기는 '2년차 징크스'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계 훈련이 힘들지만 참 즐겁다. 전술적으로 완성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모든 것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웃었다. 이어 "우리 광주는 선수 구성이 약하지만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망했다.

국가대표 승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A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오는 2월 29일 쿠웨이트전에 국내파 중용을 예고해 이승기의 승선 가능성도 커졌다. 조광래호에도 올랐던 경험이 있는데다 최 감독이 K리그에서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아 A대표팀 가능성은 크다.

멋쩍게 웃던 이승기는 "감독님의 정책이 그렇다고 해서 뽑히는 것은 아니잖아요"라며 한 발 물러서면서도 "뽑히면 (A대표팀에) 들어가서 출전 기회를 얻도록 노력해봐야겠죠"라고 희망을 노래했다.

조이뉴스24 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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