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빅보이' 이대호(29)의 도전이 시작됐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는 새로운 한국인 선수가 등장한다. 2년간 총액 7억6천만엔(약 110억원)의 거액을 받고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다. 이대호는 박찬호, 이승엽(이상 전 오릭스), 김태균(전 지바 롯데)이 떠난 일본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떨쳐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벌써부터 이대호가 어떤 성적을 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리그에서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던 만큼 일본 내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요미우리 시절의 이승엽 외에는 일본 리그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한국인 타자가 없었던 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다.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에서 상대했던 투수들은 더 이상 없다. 처음 만나는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55) 감독도 이대호의 빠른 적응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프링캠프의 시작부터 실전에 투입해 가능한 많은 일본 투수들을 상대해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투수들의 견제도 이겨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일본 투수들은 한국 타자들에게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정면승부보다는 유인구 위주로 상대해올 가능성이 높다. 변화구 구사 능력과 컨트롤이 한국 투수들보다 뛰어난 일본 투수들이다. 치겠다는 욕심이 많을 수록 당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대호의 최대 장점은 파워와 함께 정확도를 겸비했다는 것이다. 최근 2년 동안의 타격왕은 모두 이대호의 차지였다. 이는 일본에서도 이대호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 된다.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어떤 공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도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많은 견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이대호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홈런보다는 타점과 출루율에 신경쓰겠다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오릭스 입단식에서 "좋은 공 안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볼넷도 많이 고르고 몸에 맞고라도 나가겠다"고 말했다. 타석에서의 조금함으로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 아웃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카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보장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이대호에게는 좋은 일이다. 적어도 잠깐의 부진으로 출장 기회에 제한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역시 오카다 감독은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하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친화력이 좋은 것도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대호는 오릭스에서 외국인 선수다. 자칫 외로워질 수 있는 신분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자신의 장점인 친화력을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외국인선수라는 것을 떠나 팀에 빨리 녹아들겠다는 뜻이다.
이대호는 이번달 중순 사이판에서 열리는 친정팀 롯데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 계획이다. 2월1일부터는 오릭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일본 무대 도전이 서서히 그 막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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